나는 아웃사이더다. 의도적 아웃사이더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아웃사이더가 된 적도 있었다. 군중 속의 고독, 그런 걸 알지도 못했지만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나름대로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인 사이더가 됐을 경우에 매우 주도적으로 이끌고 즐겼다. 마치, 그것이 생의 마지막 순간 인양.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였던가, 나는 우연찮게 속칭 '왕따' 친구들과 친했다. 사실 그들이 왕따였는지도 몰랐고, 그 시절에는 왕따라는 게 없었으며 조금 부족하거나 힘이 약한 친구들은 '깍두기'라는 전통적인 이름을 붙여 함께 놀이를 즐기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몇 년 동안 어찌어찌해서 반장이 되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부여받은 임무는 종례 후 교문까지 아이들을 인솔하는 것이었다. 부반장인 여자 아이와 60여 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통솔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름 즐겁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말을 잘 듣지 않거나, 몸이 불편한 아이들은 다독이거나 가방을 들어주며 하교를 도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였나, 그 후로도 아웃사이더들을 향한 다독임은 계속 이어졌다.
학창 시절부터 사회생활까지 나의 아웃사이더 챙기기는 계속됐는데, 가까운 친구들은 가끔 묻곤 했다.
"너는 걔를 왜 만나냐?"
"너는 걔를 왜 그렇게 챙기냐?"
"걔랑 만날 거면 다음에 보자".
그런 말을 들으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어느 산악인의 말처럼 산이 있어 산에 가는 것이지 다른 이유 없이 그저 그들이 내 옆에 있기에 만나고 챙길 뿐이었다. 해서 아웃사이더들과 만나게 되면 늘 나와 둘이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혹여라도 다른 동행자와 만나면 다들 불편해했다.
왜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싫어하는데 나는 왜 그들을 계속 만나는 걸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명쾌한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지금도 나는 아웃사이더들을 만나고, 인사이더들과도 만난다. 그 두 그룹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은 없다. 그저 다 같은 나의 친구이자 지인일 뿐이다.
학창 시절에 인사이더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잘 생기거나 예쁘거나, 집이 부자거나 이런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아이들한테도 인기가 있었고, 선생님도 예뻐하셨다. 그런데, 공부도 못하고 못생기고 집도 가난한 아이들은 그 반대였다. 그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고 집으로 돌아가면 예쁘고 잘 생기고 귀여움 받는 아이들일 텐데, 단지 일반적인 잣대로 규정지어지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지인 분 중에 아들이 매일 잔뜩 술이 떡이 돼서 들어오길래 꾸중을 했더니 아들이 "아버지는 왜 저를 낳으셨어요" 하길래, "내가 너 같은 놈 나오라고 했냐"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누구나 부모나 자녀를 고를 수는 없다. 형제나 자매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친구나 애인은 고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선택권이 없는 부모형제는 손절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물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곳곳에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가 난무하고 있다. 어디에 속한 사람이건 간에 본인도 다른 사이더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길. 그리고, 무슨 사이더 무슨 사이더가 아닌 우리 모두 함께인 사회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영화 '아웃 사이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아웃 사이더'에는 무려 토마스 하웰, 맷 딜런, 랄프 마치오, 패트릭 스웨이지, 롭 로우,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탐 크루즈가 나온다. 게다가 다이안 레인과 레이프 가렛까지...
*랄프 마치오는 드라마 '초원의 빛'에 나온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는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마틴 쉰이 아버지이고 동생은 찰리 쉰이다.
*단역에 가까운 역할을 하던 탐 크루즈는 후에 일약 대스타가 된다.
*롭 로우는 후에 다이안 레인과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를 찍는다.
*'생도의 분노'라는 영화에서는 앳된 탐 크루즈와 숀 펜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보기 힘든 영화에 속하며 '아웃사이더' 또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