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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Jun 09. 2021

아웃사이더에게 갈채를

나는 아웃사이더다. 의도적 아웃사이더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아웃사이더가 된 적도 있었다. 군중 속의 고독, 그런 걸 알지도 못지만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나름대로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인 사이더가 됐을 경우에 매우 주도적으로 이끌고 즐겼다. 마치, 그것이 생의 마지막 순간 인양.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였던가, 나는 우연찮게 속칭 '왕따' 친구들과 친했다. 사실 그들이 왕따였는지도 몰랐고, 그 시절에는 왕따라는 게 없었으며 조금 부족하거나 힘이 약한 친구들은 '깍두기'라는 전통적인 이름을 붙여 함께 놀이를 즐기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몇 년 동안 어찌어찌해서 반장이 되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부여받은 임무는 종례 후 교문까지 아이들을 인솔하는 것이었다. 부반장인 여자 아이와 60여 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통솔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름 즐겁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말을 듣지 않거나, 몸이 불편한 아이들은 다독이거나 가방을 들어주며 하교를 도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였나, 그 후로도 아웃사이더들을 향한 다독임은 계속 이어졌다.


학창 시절부터 사회생활까지 나의 아웃사이더 챙기기는 계속됐는데, 가까운 친구들은 가끔 묻곤 했다.

"너는 걔를 왜 만나냐?"

"너는 걔를 왜 그렇게 챙기냐?"

"걔랑 만날 거면 다음에 보자".


그런 말을 들으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어느 산악인의 말처럼 산이 있어 산에 가는 것이지 다른 이유 없이 그저 그들이 내 옆에 있기에 만나고 챙길 뿐이었다. 해서 아웃사이더들과 만나게 되면 늘 나와 둘이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혹여라도 다른 동행자와 만나면 다들 불편해했다.


왜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싫어하는데 나는 왜 그들을 계속 만나는 걸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명쾌한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지금도 나는 아웃사이더들을 만나고, 인사이더들과도 만난다. 그 두 그룹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은 없다. 그저 다 같은 나의 친구이자 지인일 뿐이다.


학창 시절에 인사이더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잘 생기거나 예쁘거나, 집이 부자거나 이런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아이들한테도 인기가 있었고, 선생님도 예뻐하셨다. 그런데, 공부도 못하고 못생기고 집도 가난한 아이들은 그 반대였다. 그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고 집으로 돌아가면 예쁘고 잘 생기고 귀여움 받는 아이들일 텐데, 단지 일반적인 잣대로 규정지어지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지인 분 중에 아들이 매일 잔뜩 술이 떡이 돼서 들어오길래 꾸중을 했더니 아들이 "아버지는 왜 저를 낳으셨어요" 하길래, "내가 너 같은 놈 나오라고 했냐"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누구나 부모나 자녀를 고를 수는 없다. 형제 자매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친구나 애인은 고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선택권이 없는 부모형제는 손절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물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곳곳에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가 난무하고 있다. 어디에 속한 사람이건 간에 본인도 다른 사이더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길. 그리고, 무슨 사이더 무슨 사이더가 아닌 우리 모두 함께인 사회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영화 '아웃 사이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아웃 사이더'에는 무려 토마스 하웰, 맷 딜런, 랄프 마치오, 패트릭 스웨이지, 롭 로우,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탐 크루즈가 나온다. 게다가 다이안 레인과 레이프 가렛까지...

*랄프 마치오는 드라마 '초원의 빛'에 나온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는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마틴 쉰이 아버지이고 동생은 찰리 쉰이다.

*단역에 가까운 역할을 하던 탐 크루즈는 후에 일약 대스타가 된다.

*롭 로우는 후에 다이안 레인과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를 찍는다.

*'생도의 분노'라는 영화에서는 앳된 탐 크루즈와 숀 펜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보기 힘든 영화에 속하며 '아웃사이더'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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