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들의 세계로 오라
자이글 그리들 사용 후기
유명세를 탄지 한참 된 그리들을 뒤늦게나마 구입했다. 본격적인 캠핑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난 터라, 각종 고기구이용 불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그리들은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평가가 있었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그리들은 두꺼운 철판이라는 뜻이고, 흔히 자이글이라고도 불리는데 자이글이란 이름은 고기가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는다는 것에 착안해서 지었다는 설도 있다.
집에 있던 장작을 태워 숯을 만든 다음, 쓰다 남은 철망 위에 그리들을 올리고 어느 정도 달궈진 다음에 준비해 간 삼겹살을 올렸다. 그램당 무려 3,600원이나 하는 삼겹살을 세일 가격으로 400그램 정도만 샀다. 나 혼자면 반근도 충분하니까.
집 청소도 하고 욕실과 주방 전등도 교체한 터라 허기진 배에 우선 막걸리를 나발째 불었다. 설거지거리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막걸리잔을 이용하지 않았다.
집에서건 캠핑가서건 설거지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늘 설거지거리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다. 해서 식당에 가서도 앞접시 달라는 소리는 절대 안 하며 요리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접시를 주는 중화요릿집에 가서도 앞접시 한 개로 마무리하곤 한다.
고기가 슬슬 구워지면서 돼지기름이 그리들의 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때 가져간 신김치 투척. 의외로 바닥 면이 튼튼하고 거친 듯해서 고기 집게나 가위, 젓가락 등 어떤 집기를 이용해도 코팅이 벗겨지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했다.
김치가 어느 정도 볶아진 후 찬밥을 넣어 마무리 볶음. 살짝 김치가 많았는지 밥이 적었는지 맛은 조금 짰지만, 이 정도면 무난. 요리랄 것도 없지만 굽고 볶는 중간중간에 막걸리를 마셨다.
마트 냉장고엔 포천 이동막걸리, 느린 마을 막걸리, 장수막걸리 등이 있었는데, 친구 하나가 '왜 내 인생은 잣 같지?' 했던 말이 떠올라서 가평 잣 막걸리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불멍. 요즘 대세가 불멍과 물멍이라는데, 평일 오후에 불멍을 때리는 호사를 누렸다. 날 좀 풀리면 낙엽도 쓸어내고 잔디도 짧게 깎아야지. 해마다 겨울이면 다짐을 해보곤 하지만 실천 성공률은 늘 49%를 밑돈다.
조금 과하다 싶은 음식을 자연 훼손 방지 차원에서 다 먹어치우고 마무리 불멍에 돌입. 얼마 전 출간된 성준 형의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를 읽었다. 형의 글은 언제나 유쾌하다. 20여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똑똑한 것 같다가도 한없이 어설픈 게 형의 매력이다. 좋은 작가의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기에 승승장구하리라 믿는다.
그리들을 써본 결과.
1. 고기구이용으로 좋은 제품이다. 기름이 불판의 가운데로 모이기 때문에 김치나 채소류와 밥을 볶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2. 설거지가 용이하다. 불판에 고기나 볶음밥이 눌어붙어 물에 불린 뒤 씻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바로 설거지를 해서인지 말끔하게 닦였다. 오히려 프라이팬보다 설거지가 용이한 편.
3. 철판을 이용해 만들어서인지 열 전도율이 좋아서 고기 구워지는 속도가 빠르다. 철망에 구우면 기름이 떨어져 불이 올라와 고기가 타고 하는데 그런 걱정도 없다. 고기 굽는 속도가 빠르니 아주 많은 인원이 아니면 고기를 먹으려고 기다리는 수고를 덜 수도 있을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