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쯤인가에 A사의 공채 공고가 났는데, 여러 자격 요건 중 '10초 안에 남을 웃게 할 수 있는 자'라는 항목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나머지 요건들에는 많이 미흡했지만, B사의 공채 개그작가와 개그맨을 동시에 지원했을 때, 여러 가지 아이템을 연구했기에, A사에서 요구한 '남을 10초 안에 웃게 하기'의 비책이 있었다.
비록, A사의 공채에 응모하지는 못했지만, 그 후로 나는 가끔씩 남들을 10초 안에 웃게 하곤 한다.
단점이라면 남들을 10초 안에 웃게 하는 방법을 하나 밖에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어쨌거나 그 비책을 발휘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10초는 커녕 3초 안에 웃고 만다. 하지만, 큰 기대를 했던 탓인지, 아니면 자신은 10초를 넘기고도 웃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웃어버린 게 허탈했는지, 마치 그들은 자유의 여신상을 없애 버린 데이비드 커퍼필드를 바라보 듯 나를 보면서 실소를 머금는다.
그러면 어떤가, 그들은 내가 장담했듯이 10초 안에 웃어버린 것을.
춘천, 소양강 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