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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아리콩 Oct 27. 2022

마음에 심어진 작은 씨앗

영화 <업>


 영화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오락적 즐거움을 주는 것을 넘어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때로 영화는 사회를 고발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누군가에게는 꿈을 심어주기도 한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화가 스크린을 벗어나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일일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사람을 움직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에도 마음 깊이 각인되어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여러 가지 선택에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사람의 무의식에 작은 씨앗을 남기는 인셉션처럼.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 영화를 분석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업"은 세상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꿈 그 자체다. 어느 누가 꿈을 해부하는가. 나는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을 사랑한다. 같은 꿈을 지닌 칼과 엘리의 모험 같은 삶. 무언가 하나씩 결핍된 칼과 러셀, 더그의 우정.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다운 파라다이스 폭포. 인물들이 겪는 고난과 고통조차도 반짝반짝 빛이 나서 사실 인생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게 아닐까 두근거리게 된다. 영화의 크레디트가 올라갈 즈음, 칼의 꿈은 나의 꿈이 되었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 나는 완전히 이 영화에 반해버려서 "업"의 DVD를 샀더랬다. 그 안에는 애니메이터들이 영화 속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가 들어있었다. 칼과 엘리가 꿈꾸는 파라다이스 폭포는 베네수엘라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엔젤 폭포를 배경으로 했다. 다큐에는 애니메이터들이 현실적인 표현을 위해 직접 베네수엘라로 날아가 엔젤폭포와 테이블 마운틴에 올라 스케치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파라다이스 폭포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었다니. 나는 아마도 칼스 먼츠의 기록영화를 보던 어린 칼과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업"은 나를 움직인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다. 그 한 편의 영화가 나를 지구 반대편까지 가도록 만들었으니까. 3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남아메리카로 향했다. 너무 높아서 물이 떨어지다 수증기로 변해버리는 엔젤 폭포 앞에 섰다. 테이블 마운틴 위에는 사람처럼 생긴 바위와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처럼 온갖 괴상한 모양의 바위들로 가득했다. 그곳은 칼이 처음 테이블 마운틴에 도착할 때처럼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마침내 안개가 걷힌 순간 나는 칼이 느꼈을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업"은 내 안에 심어진 작은 씨앗이었다. 인간을 꿈꾸게 하는 것. 그것은 영화가 가지는 가장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또한 영화는 당신의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기도 한다. 떠나자. 모험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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