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쓰기
하루 10 문장씩 감사일기를 남긴 게 벌써 3개월이 되어가는 중이다.
안 좋은 일이 연거푸 터지면서 세상을 탓하게 되는 나날들이 지속되었고 세상을 동경하며 이타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거울 속 나 자신만을 바라봤다. 이기적인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런 회의적인 상태에서 주변에 착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 정신 차린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혼자 살아갈 수 없어.
내가 많이 상처받고 약해져 있구나 인정하고 자존감을 끌어올려주기 위해 칭찬일기를 먼저 썼는데 실패했다. 자기 검열이 심한지라 여간 쓰는 게 쉽지 않았고 더 광범위한 감사일기로 노선을 틀었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게 이 세상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고 적어 내려 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날은 10개를 1분 만에 쓸 정도로 술술 써 내려가는 날이 있는 반면 곰곰이 생각해도 도무지 쓸 말이 없을 때가 있다. 개수를 채우기 위한 감사문장이 될 때도 있다.
그러면 항상 비슷한 감사를 하고 만다. 감사가 중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이 날 감사하다고 해서 다른 날 감사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형식적인 감사를 적었다 하더라고 반복하다 보면 결국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기도 한다. 감사한 건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도 좋은 말인 것 같다.
3개월 정도 감사일기를 썼다고 해서 긍정적 사고가 엄청 커졌다거나 기분이 항시적으로 좋은 건 아니지만 감사할 줄 아는 시간과 범위가 늘어났다.
감사일기를 쓰고부턴 당연했던 일이 나에게 주어진 특권처럼 소중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레 누리고 있다 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지 못한 게 많았다. 숨 쉬는 것부터, 많이 아프지 않은 것, 잘 곳이 있다는 것, 잠을 푹 잔다는 것 등등.
별 탈 없이 세상 편하게 살고 있다는 건 누군가의 고생과 희생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산 것 같다.
괜히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게 아니다.
주어진 특권을 박탈당하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항상 감사하며 살자. 물론 쉽지 않겠지만, 감사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감사하는 것뿐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실제로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