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투는 당신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나

by 치기


아무런 감정표현 없는 짧은 답장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억양, 표정, 말투,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함이 공격적으로 다가온다. 무조건적으로 부호나 이모지를 쓰라는 것은 아니다. 말에서 성의나 정성이 느껴지는 단어를 쓴다면 별다른 시각적 감정부호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 기호도 쓰지 않을뿐더러 계속해서 단답으로 이어간다면 그 대미지는 점점 축적된다.


나는 보통 문자로 오가는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 운율을 넣어 상대 특유의 말투를 집어넣어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상태도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하다 보면 내 식대로 최대한 좋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단답은 정말 상대의 기분이 안 좋거나 나에게 언짢은 부분이 있나 신경 쓰이게 된다. 결국 참거나, 참다 참다 말하거나, 똑같은 투로 하거나, 읽씹 하는 순의 과정을 겪는다.


아무런 성의가 보이지 않는 말투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눈치를 보게 만든다.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음으로 나는 상대가 나와의 연락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체로 정적이기만 한 말에 느낌표나 늘임표를 쓴다거나, 말 끝 받침에 ㅂ,ㅇ을 붙이곤 한다.


만나면 안 그러는데 연락할 때 말투가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해해보려 싶다가도 결국 연락을 꾸준히 이어가지는 않고 만날 때만 연락하는 정도인 것 같다. 보통 내가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는 주변인들은 대화 안에서도 표현이 풍부하거나 배려가 느껴진다.


답장의 말투에서 내가 느끼는 것이 유별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구에겐 내가 딱딱하게 보낸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편할 수도 있는 걸 수도 있다. 나를 위한 배려를 위해 내가 먼저 배려하는 거지 상대는 원치 않았다거나 생각지 못한 부분일 수도 있는 거니까.


처음엔 상대의 말투가 원래 그렇고 어떤 의도가 없을 테니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는데 대미지를 아예 안 입는 게 아닌가 보다. 기분이 상하고 만다. 특히나 연락을 꾸준히 오가는 상황이라면 한 번쯤은 대화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야기를 해도 오해하기 쉬운 게 말인데 그 말도 안 한다면 정말 답 없다.


실제로 어떤 친구과 그런 걸로 서로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단답하고 감정 없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다정함을 보여달라 하니 대부분의 대답에 늘임표를 남발한다. 계속해서 말 끝에 붙은 늘임표를 보니 이쯤 되면 엿 먹으라는 건가 싶어 화가 나버린다. 이런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을 보았나.


또 어떤 친구는 자음만 남발 하는 친구가 있기에 성의껏 말해달라고 하니 알겠다면서 결국 할 말 없게 만들기 딱 좋은 그 말투로 돌아가기에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고 판단하여 연락을 하지 않았다.


타협의 길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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