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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 대하여

취미와 전문성을 합칠 수 있을까?

by 치기


취미는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며, 관심사는 특정 분야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취미

趣(뜻 취) 味(맛 미)

1. 마음에 끌려 일정(一定)한 방향(方向)으로 쏠리는 흥미(興味)

2. 아름다움이나 멋을 이해(理解)하고 감상(鑑賞)하는 능력(能力).

3. 전문(專門)이나 본업은 아니나 재미로 좋아하는 일 (것).



취미라는 것은 단순히 재미로 그칠 수 있지만 잠재력과 열정의 시너지를 만난다면 어떠한 형태로 퍼포먼스가 될지 참으로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취미가 본업이 되는 사람도 있고, 취미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레고가 재밌어서 레고집을 차린다던지, 술을 좋아해서 술 만드는 사람이 된다던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책을 써 내려가는 작가가 되는 경우처럼.


하지만 취미에 노력이 덧대지는 순간부터 취미가 가진 의미는 아슬한 외줄 타기를 시작한다. 어떤 것이든 실력을 키워가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취미라는 단어의 의미가 가진 그대로에 충실하게 기대어 시전하고 있다. 나뿐만 아닐지도. 원데이 클래스가 잘되는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퍼포먼스 내기 충분한 매력적인 취미이기 때문은 아닐까.


취미의 반대말은 전문인 것 같다. 취미는 말 그대로 재미를 느끼고 마음에 이끌려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지 억지로 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복잡함을 해소하기 위해 취미를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자기 계발을 위해 취미를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취미 활동을 시작하기 전이나 하는 중에 크고 작은 목표 하나씩은 생기기 마련인데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 목표의 기준과 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얼마큼 있느냐에 따라서 전문을 띄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 말은 고통과 인내가 따라온다는 것도 포함이다. 위에서 말했듯 나 같은 경우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기 싫다는 이유로 전문성을 띠고 싶은 본심을 단어가 가진 의미 뒤에 숨겨버리고 만다. 호기심을 느낀 상태에서 가볍게 시작했던 마음가짐에 반해 본격적으로 알려고 뚜껑을 열어보면 무거운 것들이 쏟아지니 감당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성장엔 고통이 동반한다는 말이 참으로 애석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정리하자면 취미와 호기심은 유지하되 스트레스받는 전문을 포기하는 걸로 타협본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다 보니 무언가 시작할 때 진입장벽에 상대적으로 낮아 뭐든 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물론 막상 어떤 걸 배웠는데 깊게 알고 싶어 지게 되면 자연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는 스스로를 마주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도 하다. 도전한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요즘 나의 취미와 관심사는 보컬레슨위스키이다.


보컬레슨 같은 경우, 무언가 배워야만 시작할 수 있는 활동에 비해 솔직히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잘 부르진 못하더라도 부르는 건 다 할 수 있는 거니까. 심지어 스스로 나쁘지 않게 부른다고 생각도 했는데 고음을 쉽게 올리고 싶기도 하고 몇 곡만 부르면 목이 쉬어서 취미 겸 수업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 생각이 아주 1차원적이고 얄팍했다고 느끼게 되었다. 몸을 이해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았다. 특히 단기에 된다고 될게 아니고, 호흡법이나 발성법은 몸의 흐름을 연습을 통해 나만의 방법으로 체득해 나가야 하는 길이었다. 목이 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고 가수와 일반인의 소리 내는 차이부터도 컸다. 가성과 진성을 2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위스키 같은 경우, 3년 전 고급주류를 처음 입에 대보고는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마시는 술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사진을 찍어놓고 맛을 기록해 놨지만 어디다가 정리를 해놓지 않으니 금방 기억에선 휘발돼 버린다. 맛 표현하기에 그럴듯한 단어들도 사용하지 못하고 '아 그 있잖아, 되게 맵고, 여운이 짧아' 이 정도의 표현력만 가지고 있었다. 고급스럽게 맛표현하고 싶다는 갈망은 있었지만 인터넷에 검색해서 용어라든지, 어떤 나라에서 나왔고, 어떤 숙성을 거쳤는지 알기에는 귀찮았다. 지금은 그 무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커져 최근엔 노션에 먹었던 술에 대한 기본 정보와 느낌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남들의 블로그나, 위스키의 기본 설명에 적혀있는 맛 표현들을 참고하고 그 맛이 나도 느낄 줄 아는지 분석하면서 마시게 된다. 이런 기록들이 훗날 사업적인 측면이라든지 좋아하는 것을 더 섬세하게 좋아할 줄 아는 나라는 사람의 역량을 키워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위에 것들은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기꺼이 내가 시간을 투자하고 싶고 그러길 원한다. 열정과 갈망에 따라 알아서 튀어나온달까. 호기심이 행동을 자극하고 행동이 지식을 갈망하며 지식은 또 다른 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마침 이 생각을 하고 난 후 롱블랙의 한 챕터의 문장이 눈에 띄었다.




취미같이 일 외의 것에 열정을 지닌 사람일수록, 문제해결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리학자 파트리샤 린빌은 “다양한 관심사를 개발해 온 사람일수록, 회복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높다"라고 했다. 이러한 특징을 ‘자기 복잡성'라고 부른다고 했다. 또한 the good enough job의 저자 시몬 스톨조프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자아의식을 키우려면, 일과 무관한 정체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일하지 않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일 이외의 것을 꼭 해봐야 한다.




이 글을 보고 '나는 왜 이렇게 이것저것 잡다하게 하려고 할까'라는 생각보단 '나는 나를 존중하기에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알고 싶고 모든 걸 다 해보고 있는 거야. 이런 나를 칭찬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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