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우리 집은 언제나 긴장감 속에 있었다. 아버지는 개인택시 운전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불안정한 수입 속에서도 자신만의 엄격한 규칙을 만들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 오전 8시가 되면 출근을 하고 오후 5시가 되면 무조건 퇴근을 해야 했고 하루세끼는 무조근 집에서 드셔야 했다. 그의 원칙은, 현실과는 다르게 마치 공무원처럼 정돈된 삶을 꿈꾸는 듯했다. 하지만 그 규칙은 아버지의 허상일 뿐, 고된 운전 끝에 짜증 어린 얼굴로 집에 들어서는 그는 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버지의 기대는 어머니가 차려주는 세끼 식사와 적은
돈으로도 어떻게든 아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모습이었던 거 같다.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늦은 밤, 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느라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집안에는 어쩔 수 없는 서먹함과 불안의 기운이 감돌았다. 아버지는 여자가 밤 12시가 넘어서 들어온다며 소리를 지르시고, 집안일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따지곤 했다. 그 순간마다 집안은 조용한 전쟁터로 변했고, 나는 그 소란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들을 받으며 이어폰으로 귀를 막은 체 잠을 청해야 했다.
평일이면 학교에서 계약직 강사로 일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그 당시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마트에 들러서 장을 보고 밥상을 차려드려야 했다. (그래야 그나마 집이 조용해지곤 했고 정해진 시간에 돌아오는 아버지의 발소리에도 내 심장은 편안해졌으며 어머니를 쥐 잡듯 하는 강도도 평소보다 덜했다.) 주말이 되어도 자유는 찾아오기 어려웠다. 친구들과 교회 모임에 가고 싶은 마음마저, 아버지의 정해진 귀가 시간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집안의 분위기는 그렇게 점차 무뎌져 갔다. 척추공동증의 통증으로 밥을 먹고 나서 진통제를 입에 털어놓고 거실에 누워있어도 아버지는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으로 낚시방송 보셨고 그럴 때면 내 아버지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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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모님의 모습은 < 아버지가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여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는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손님이 많아서 피곤하겠어."
어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드물게 느껴지는 온화함에 어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하지만 괜찮아요. 여보도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고생 많으셨죠."
나는 부모님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 순간, 집안의 공기가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도와 식탁에 반찬을 옮겼고,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사 중에도 아버지는 어머니의 일에 대해 묻고, 그녀의 노고를 인정하는 말을 건넸다.
그날 밤, 나는 방에서 책을 읽으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