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지름길, 잘못된 선택

by 이불킥

대학교를 휴학하고, 나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공립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 강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낯선 교실, 작은 책상들, 그리고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 속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성장해 갔다.

퇴근 후에는 중학생 과외를 하며 바쁜 하루를 마무리했다.

적게 벌더라도 꾸준히 통장에 돈이 쌓여가는 재미는 꽤 쏠쏠했고, 내가 드디어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동기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다녀오기로 했다.

병원에서 친구를 위로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어이없을 만큼 사소한 선택을 했다.

지름길로 가겠다며 언덕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낮은 언덕이라 생각했지만, 착지 순간 엉덩이부터 바닥에 떨어졌고, 잠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괜찮겠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그 일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며칠 뒤부터 꼬리뼈에 이상한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병원, 두 병원, 그리고 세 병원.

어느 곳에서도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지 못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그 원인을 몰라 더 불안했다.


그러다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며 찾은 척병원에서, 한 의사 선생님의 배려로 전신 MRI를 찍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진단이 내려졌다.

척수공동증.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의사도 선천적인 경우가 아닌 후천성이라며, 정확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치료 사례도 좋지 않다며, 수술보다는 지켜보며 살아가는 것을 권유받았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진통제로 하루를 버텼다.

걷는 것도 힘들었고, 앉아 있는 시간조차 조절해야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졸업은 해야 했다.

누구보다 천천히, 그러나 누구보다 절실하게 나는 간신히 대학을 졸업했다.


어쩌면, 그날 언덕에서 내린 단 하나의 선택이

내 젊은 날의 평범했던 일상, 그리고 평범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셈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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