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학교라는 직장에서 첫 출발

by 이불킥

어릴 적 나의 놀이터는 특별했다. 보통 아이들이 공원이나 동네 골목에서 뛰어놀 때, 나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조부모님 두 분이 초등학교 교사셨고, 맞벌이하시던 부모님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 방과 후 교실 한편에서 숙제를 하거나, 할머니가 수업하시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때때로 다른 선생님들의 자녀들과 어울려 놀았고, 젊은 선생님들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나에게 학교는 단순한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터전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교사라는 직업이 낯설 리 없었다. 내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교육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내 삶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러던 내가 처음으로 돈을 벌게 된 곳이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였다는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중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강사 모집 공고를 보았다. 남들은 면접을 앞두고 긴장하고 초조해했지만, 나에게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앞은 너무나 익숙한 자리였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선생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고, 교무실에서 혼자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던 시간이 많았던 나였다. 덕분에 면접에서도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앞섰다. 그렇게 나는 수준별 수업 강사로 채용되었고, 초등학교에서의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자연스러움이 언제나 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만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선생님의 손주’라는 시선 속에서 성장했다. 많은 담임선생님들이 할머니를 의식해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주었고, 때로는 연구용 교재를 내게 먼저 건네며 공부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등생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어린 마음에도 나는 주변의 기대 속에서 억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은 나를 ‘선생님 손주’라는 이유로 다르게 대했고, 심지어 ‘조부모 믿고 나댄다’는 말까지 들으며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 반항심이 커지면서 나는 공부를 등한시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 싸우기도 했다. 결국 나는 한때 ‘저능아반’이라 불리던 보충 학습반에 배정되었고,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 가는 일도 잦아졌다. 하지만 이런 반항심조차도 결국 내 뿌리 깊은 교육 환경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다시 학업에 집중하게 되었고, 대학 진학 후에는 오히려 교육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이제 돌이켜보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정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어린 시절의 환경과 경험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내가 걷게 될 길을 어느 정도 방향 지어주는 듯하다. 물론 모든 선택이 강요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교육과 가까운 길을 걸어온 것, 그리고 방과 후 강사라는 직업을 처음으로 택한 것은 어쩌면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익숙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