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삶 = 플러스, 제로, 마이너스

by 이불킥

'태어나는 건 선택이 아니다'라는 말이 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누군가는 재벌집에서 금수저로 불리며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살다가 부모님이 물려주는 재산이나 기업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흙수저로 태어나서 갖은 천대와 구박을 받으며 하루하루 배고픔과 공포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 참 얄궂다'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을 둘러보면 부모님이 의료계면 자녀도 의료계인 경우가 많고, 부모님이 법조계면 자녀도 법조계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환경에서 어려서부터 자라다보면 금전적인 도움도 기여하지만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본 부모님이 누구보다 좋은 인생선배이기에 다른 직군에서 의료계나 법조계로 가는 경우보다 확률이 높은 거 같다.


반면,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면 하루하루 끼니걱정을 안 할 수 없는 거 같다.


나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 삶을

어느 정도는 다 겪어본 거 같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시고, 조부모님이 교사로 근무하셨을 때 나는 공부만 하면 되는 사람이었다. 주말이면 아버지께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저녁 외식을 하곤 하셨는데

나는 그런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다른 글을 보면 할아버지를 모시고 외식을 가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나이가 어려서 그저 저녁으로 고기를 먹는다는 생각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친구 중에 학교가 끝나면 나뭇짐을 지러 가는 친구도 있고 모내기하느라 학교에 못 나오는 친구도 있었으며

학교에서 점심으로 먹는 밥이 유일한 식사여서

친구들 눈치 볼 새도 없이 포크하나와 밥뚜껑 하나를 들고 앵벌이 하듯이 반찬을 구걸하러 다니는 친구도 있었는데 가끔 싸움 좀 하는 애들이 놀려도

그 친구들한테는 자존심 따위는 없어 보였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마당을 가운데 두고 쪽방에서 네 식구가 같이 살던 친구가 있었는데

화장실이 푸세식이고, 겨울이면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서 방학 때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부러웠었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중학교 올라가면서 어머니께서 정리해고를 당하시고, 아버지도 가게주인한테 쫓겨나고, 조부모님도 정년퇴직을 하고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사기 당하면서 삶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던 거 같다.

그때부터 내 삶에 목적이자 목표가 돈이 되었던 거 같다.

어느 날부터 밥을 걱정해야 했고, 반찬도

고기, 미트볼에서 고추장 또는 맨밥인 경우가 하루하루 늘어갔고,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러 다녀야 하다 보니 친구부류도 점점 바뀌어갔다.

심지어 중학교 때 왕따를 당하면서 친했던 친구가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고 들어와서 기분이 나쁘다며 나를 마구 때렸던 적도 있었다.


내 삶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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