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서

by 이불킥

경성, 1937년 11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창문 틈 사이로 바람이 들이치고, 낡은 벽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켰다.


김도현은 식민지의 어두운 심장부, 총로의 작은 약방 지하실에서 서류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이 지하실은 ‘백의회’라는 비밀 독립운동 조직의 연락소였다. 겉으로는 약방이었지만, 안쪽 벽 하나를 밀면 회의실이 나온다.

그 방 한가운데, 아무도 몰래 숨겨두었던 암호화된 작전문서가 사라졌다.


“열쇠는... 정철이만 갖고 있었는데...”


김도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며칠 뒤, 편양에서 대규모 폭파작전이 예정돼 있었다.

그 문서엔 모든 계획과 인물, 이동 경로가 담겨 있었다.

노출되면, 작전은 고사하고 사람 목숨까지 위태롭다.


“문은 부서진 흔적이 없어. 자물쇠도 멀쩡해.”


그건 곧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뜻이었다.

누군가, 이 작은 조직 안에서 일본 경찰에 정보를 넘긴 것이다.


머릿속에 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철 — 평소 묵직하고 말이 없지만 열정적인 조직의 리더.

송애진 — 독립신문의 밀정으로 활동하던 지식인 여인.

그리고, 최근에 조직에 들어온 조선인 청년 ‘박하림’. 그의 정체는 아무도 정확히 몰랐다.


김도현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배신자는… 우리 중에 있어.”


바로 그때, 누군가 지하실 문을 두드렸다.

세 번, 천천히.

그리고 짧게 두 번.


조직 내부 암호였다.


그는 숨을 죽이고 불을 끄고, 권총을 꺼내들었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젖은 코트를 벗던 송애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며칠 전과는 달랐다.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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