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은 쪽지를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목적은 너.'
단 세 글자. 그러나 심장은 폭발할 듯 요동쳤다.
지하실은 여전히 축축하고 싸늘했다.
낡은 전등 아래, 그의 그림자가 일그러졌다.
"도현아, 무슨 일이야?"
문밖에서 송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현은 쪽지를 품 안 깊숙이 숨긴 채,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문틈 사이로 애진의 그림자가 머뭇거렸다가 사라졌다.
도현은 조심히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가 방금 이곳을 엿보고 있었다.
그것도, 경고를 남기고.
목적은 너.
'내가 타겟이라고?'
생각은 복잡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문서를 훔친 자는 조직 내부에 있다.
그리고, 그자는 자신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
도현은 지하실을 다시 살폈다.
아까 누군가 걸어다닌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바닥에는 습기로 눅눅한 신발 자국이 있었다.
흔적은 서가 뒤쪽으로 이어졌다.
서가를 밀자, 벽에 작은 금속 장치가 보였다.
숨겨진 금고였다.
'조직 안에 이런 게 있었다니...'
도현은 손끝으로 금고를 더듬었다.
그러다, 문틈에 껴 있는 조그만 쪽지를 발견했다.
【다음 목표는 정철】
짧은 문장이었다.
첫 번째 쪽지와 마찬가지로, 글씨는 급히 휘갈긴 것 같았다.
"정철..."
조직의 리더.
만약 쪽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조직은 곧 분열될 것이다.
리더를 제거하면, 나머지는 쉽게 무너진다.
그날 밤, 도현은 애진과 정철을 관찰했다.
정철은 요즘 수상할 정도로 혼자 움직였다.
그의 행선지는 늘 불분명했고, 누구와 만났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송애진 또한 의심스러웠다.
그녀는 분명 도현을 염탐하고 있었다.
그날, 애진의 코트 안쪽에 묻은 핏자국도 도현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박하림.
과거도, 가족도 확인되지 않은 신참.
가끔은 모든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침착했고, 때로는 사라졌다가 불쑥 나타났다.
'셋 중 하나야.'
아니, 어쩌면 둘, 혹은 모두일지도 모른다.
새벽녘.
도현은 몰래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는 다짐했다.
내일이면, 진짜 배신자를 가려낼 것이다.
그런데,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총구였다.
"거기서 멈춰."
익숙한 목소리.
박하림이었다.
어둠 속에서 하림의 눈이 빛났다.
도현은 천천히 두 손을 들었다.
"왜 여기 있는 거지, 김도현?"
하림의 총구가 떨리지 않았다.
"너야말로. 왜 총을 들었지?"
숨 막히는 침묵이 지하실을 가득 메웠다.
'진짜 적은...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