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대처법

소시오패스 상사와 무능한 동료 사이에서 멘탈 지키기

by 이불킥

:회사는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직장인 3대 미스터리가 있다.
첫째, 월급은 왜 통장을 스치기만 하는가.
둘째, 점심 메뉴 고르기는 왜 업무보다 힘든가.
셋째, 도대체 저 인간은 어떻게 입사(혹은 승진)를 했는가.


​일이 힘든 건 참아도 사람이 힘든 건 못 참는다고 했다. 업무는 배우면 늘지만,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무실은 '빌런 보존의 법칙'을 너무나 충실히 따른다. 내 양옆에는 항상 두 종류의 빌런이 서식한다.


​나의 감정을 착취하는 포식자, '소시오패스 상사'.
나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기생충, '무능한 동료'.


​이 지뢰밭 같은 오피스 정글에서 나의 작고 소중한 멘탈을 지키기 위한, 비겁하지만 확실한 생존 기술을 공유한다.


​1. 포식자형 빌런: 소시오패스 상사 대처법
​특징: 기분파, 가스라이팅의 귀재, "나니까 너한테 이런 말 해주는 거야"라며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음. 공과 사 구분이 없고 부하 직원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김.


​이들은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먹고 자란다. 내가 억울해하거나, 화를 내거나, 주눅 드는 모습을 보일 때 그들은 희열(혹은 통제감)을 느낀다. 그러니 대처법의 핵심은 '노잼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감정의 스위치를 꺼라 (Grey Rock Method)
그가 탕비실에서 나를 붙잡고 설교를 시작하거나, 회의 시간에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공격할 때,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자.
"저것은 짖는 개다. 개가 짖는다고 내가 같이 짖을 수는 없다."
표정은 무미건조하게, 대답은 단답형으로. "아,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그에게 어떠한 타격감도 주지 않는 '회색 돌(Grey Rock)'처럼 행동하라. 반응이 없으면 재미가 없어서라도 다른 먹잇감을 찾아 떠난다.

​녹음과 기록은 필수다 (방어권)
그들은 기억을 조작하는 데 능하다.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라며 나를 바보로 만드는 게 특기다. 업무 지시는 반드시 메신저나 메일로 남겨라. 구두 지시를 받았다면 "아까 말씀하신 A 사항을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메일을 보내 확정 지어라. 이것은 훗날 나를 지켜줄 유일한 보험이다.


2. 기생충형 빌런: 무능한 동료 대처법
​특징: 사람은 참 착하다(이게 제일 미친다). 하지만 일을 못 한다. "대리님, 이거 어떻게 해요?"를 입에 달고 살며, 결국 그 일은 내 차지가 된다. 심지어 실수한 뒤 해맑게 웃으면 화를 내는 내가 나쁜 사람이 된다.


​이들의 무기는 '무해한 얼굴을 한 무능'이다. 도와주다 보면 어느새 내 업무 리스트에 그들의 일이 올라와 있다. 이때 필요한 건 '친절한 거절'이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하는 법 링크를 줘라
"이거 좀 해주세요"라고 들이밀 때, 절대 직접 해주지 마라. 대신 매뉴얼 파일이나 참고할 만한 링크를 보내줘라.
"김 사원님, 지난번 공유드린 매뉴얼 15페이지 보시면 자세히 나와 있어요. 한번 해보시고 막히는 부분만 딱 짚어서 물어봐 주세요."
스스로 떠먹는 법을 배우게 하거나, 그게 귀찮아서라도 나에게 묻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라
그가 싼 똥을 치워주다 보면, 상사는 우리 둘을 '한 팀'으로 묶어서 평가한다. 내 업무와 그의 업무 경계를 명확히 그어라. 그가 기한을 넘겨서 나에게 피해가 올 것 같다면, 상사에게 중간 보고를 해야 한다.
"현재 제 업무 A는 완료되었으나, 김 사원님의 B 자료가 넘어오지 않아 취합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고자질이 아니다. 내 업무를 방어하는 정당한 과정이다.


3. 사무실 자아와 본캐 분리하기
​매일 아침 출근하며 나는 '사무실용 자아(NPC)'를 로그인시킨다.
​이 게임(회사 생활) 속에서 상사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보스 몬스터이고, 무능한 동료는 버그 걸린 캐릭터일 뿐이다. 게임 속 캐릭터가 공격받았다고 해서, 모니터 밖의 '진짜 나'까지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퇴근하면서 사원증을 목에서 빼는 순간, 회사에서의 기억도 같이 로그아웃해야 한다. 상사의 폭언을 집에까지 가져와서 이불 속에서 곱씹는 건, 퇴근 후에도 그에게 '무임금 야근'을 해주는 꼴이다. 그들에게 내 소중한 저녁 시간과 감정까지 내어주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기억하자. 우리는 돈을 벌러 왔지, 인격을 수양하러 온 게 아니다.
오늘도 빌런들 사이에서 미치지 않고 퇴근한 당신, 그것만으로도 이미 승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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