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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Dec 06.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78. 유유자적 쓰촨성 청두의 여유, 2016


오래전 <호우시절>이란 영화가 있었다.

한, 중 합작인데 정우성 배우가 여주인공과 함께

두보 공원이나 판다 곰을 보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쓰촨성(四川省)의 수도이자 서부내륙의 중심지 청두(成都)는

그렇게 많이들 알고는 있지만 실제 가본 사람은 많지 않다.


2016년 배낭을 메고 지인을 찾아 청두로 갔다.

3월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초봄의 온도가 피부로 느껴졌다.

티베트 고원 인근 정취도 보인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아시아에서 살기 좋은 10대 도시라더니 

도시는 깨끗하고 버드나무 늘어진 강 사이로 

새들이 지저귀고 한가로이 마작하는 사람들의 여유가 인상적이다.


지인은 집집마다 새를 키운다고 했다.

가게에도 새장이 걸려있다.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 식도락도 보장된다.

우리로 치면 전라도라고 부를 만큼 요리는 어딜 가나 맛을 보증했다.


숙소는 시내 중심 기와집 이층으로 

우리로 치면 한옥마을이었는데

고풍스럽고 깨끗한데 당시 가격이 5만 원밖에 안돼 좋았다.


더구나 1층 로비 찻집에는 중국 서부에서 흔히 보이는 

주황색 승복을 걸친 티베트 승려들의 

차 마시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삼국지 공원 입구.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청두의 고대도시 박물관.

산싱두이(三星堆)라 불리는 청동기 시대 번성했던 

고대국가의 화려한 유물이

이국의 방문자를 사로잡았다.


1천 년간 존재하다 갑자기 사라진 이 문명의 제국은 

상나라(은나라)와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1986년 본격 발굴되어 

독립된 쓰촨 고대문화를 화려하게 보여주는데

이곳 사람들의 산싱두이 자부심은 남다르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다음은 지나칠 수 없는 삼국지 공원.

촉 나라 수도 옛 지명 익주가 바로 청두였다.

 

거대한 세트 장 같은 곳에 

촉나라 영웅들의 사당과 조형물 천지였다.

특히 한국, 일본 사람들도 조금 보였는데, 

역시 동아시아 최고의 스토리텔링이다. 


삼국지 공원을 나와 두보 공원으로 갔다.

두보 시인이 유배를 왔던 곳인데, 

버드나무 우거지고 박물관에는 

중국 지도자들의 시 한 수가 걸려있다.

중국의 풍류가 공원의 녹음과 함께 

한껏 펼쳐진다.  


두장옌이라 불리는 대자연 명승지도 이곳이고

시내는 1천만 명의 도시답게 마천루가 솟아 있고

강은 유유히 시내를 휘돌아 감는다.


시내 인사동 같은 

새롭게 조성된 옛 골목 상권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쓰촨 하면 본고장 음식 훠궈를 먹어야 한다.


두장옌都江堰.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중국음식이기도 하려니와 

이곳 훠궈는 국물 자체가 다르다. 


고풍스러운 큰 전문점에서 

맵고 달큰한 요리를 즐기는 사이

역시 이곳 명물 변검 공연도 펼쳐진다.


판다의 고향이자 산시-윈난-티베트의 교통 요충지.

또다시 중국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으면 역시 쓰촨이다.


마지막 날 공원에 가니 

대개 중국인들의 일상처럼 춤추고 무예를 하고

수다 떠는 그룹들로 공원은 만원이다.


한껏 멋을 부린 다리와 버드나무 사이로

옥빛 강이 천천히 흐르는 그곳, 

청두가 늘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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