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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Dec 02.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77. 고2 때 앓았던 유치한 질병, 1983


대마신으로 불리는 

일본의 레전드 투수 사시키 가즈히로가

2월 22일 2시 22분 태어났다 어쩌고 하는

우스개 소리를 야구 유튜브에서 봤다.

순간, 어릴 적 사건이 하나 올랐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2차 성징도 늦고

뭐랄까, 

술 담배는커녕 아주 순수? 하게 놀았던 것 같다.


아무튼

고2 때 종업식 날인가.

작은 키 순으로 앉은 앞자리 또래 친구들이

둥글게 둘러앉았다.


아마 내가 먼저 말을 걸었나 보다.


"야 우리가 같은 반인 것도 인연인데,

모임을 만들어 보자.

세상에!!! 오늘, 지금 이 시간이 2월 22일 2시야!!!"


유치 찬란했는데 그래도 

그때는 뭔가 의기 통합해

그러자고 했고 넷이 뭉쳤다.


그러다 친구들을 더 모아 

7명이 되었다. 


회의 공식 명칭은 '북두칠성'이라 지었다.


지금 들으면 무슨 일진이나 깡패 모임 같지만

정말로 7명이라서 북두칠성이었고

학교에서도 존재감은 크게 없는 친구들이었다.


남자들만 드글대는 중고등학교는

비록 여자 친구는 없지만

나름 남학생들만의 낭만과 감성이 있어서

목련 이파리를 구둣솔로 쪼아 망처럼 만든 뒤

책갈피에 꽂는 것도 유행했고

뭔 그림 같은 걸 코팅해서 나누기도 했다.

문학소년들이 많았기도 했다.


그래서 회칙도 만들고

북두칠성 마크도 그리고 

그걸 코팅해서 나누어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대한민국 끼리끼리 '모임의 왕국 DNA'는 

우리 몸속에 이미 체화되어 있었으며,

나의 오지랖은 그때부터 싹수가 보였는가 싶다.


지금은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래고 그때 그 시절은

한 해 키가 갑자기 10센티씩 크던 청춘이었고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장정이었으며,

검은 교복 까마귀들일지언정 꿈이 총천연색이었다.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고속버스 기사, 평범한 회사원, 중장비 기사,

학원 원장 등등 직업도 사는 곳도 갈렸고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도 있지만

밤하늘의 별들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담고

세월은 또 유유히 흘러간다.


사족. 후배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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