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기헌 Jan 03. 2022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81. 동유럽 5개국 5일 만에 해치우기, 2019


유럽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동유럽 저렴한 패키지를 선택했다. 

6개월 미리 예약하고 할인까지 받았다. 

1인당 150. 


아무리 생각해도 비행기 값 밖에 안될 텐데,

어쨌든 상품이 팔렸으니

가족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떠났다.


코스는 절묘했다. 

저가 여행의 '도사'들은 동유럽 5개 나라를 

빠른 시간 내에 돌 수 있도록 이렇게 코스를 짰다.


인천 → 뮌헨 → 잘츠부르크 →프라하 

→슬로바키아 →부다페스트 빈 → 인천

불굴의 한국인 다운 '최단, 최상의 노선'이다.



덕분에 동유럽의 경치와 

정취를 한꺼번에 보고 즐겼다.


게다가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작은 클래식 연주회까지 

즐기는 호사도 누렸다. 


유럽이라는 거대한 권역은

어딜 가나 교회 첨탑과 비슷비슷한 건물,

그리고 광장 들의 연속이었다.

동화 속의, 애니메이션 배경의 

그 건물과 유적들이 내 눈앞에 보였다.


독일 쾰른 성당

주마간산 식이었으나 웬만한 곳은 다 돌아본 느낌이었다.

유명 성당, 광장, 사운드 오브 영화의 무대,

시장, 유적지, 궁전, 호수와 강과 알프스 근처 산 케이블카까지.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호수

여행 중 가장 곤란했던 것은 '아저씨' 특유의 식사였다.

쌀과 김치가 있을 리 없는 이곳에서

5개 나라 호텔들은 하나같이 

빵, 커피, 햄 이런 것들만 제공했다.


동양식당은 딱 한번 슬로바키아에서 갔으니

나로서는 아침 뷔페에서 오이, 토마토, 계란으로 때우고

점심 저녁은 맛 좋은 맥주 혹은 각종 안주로 때웠다.


뭐 일주일 밥과 김치 안 먹는다고 죽지 않을 테니.

더구나 이런 여행 프로그램에 

채식형 비 육식형 인간들을 위한 메뉴가 있을 리 없지.


잘츠부르크 성에서 바라 잘자흐 강 풍경


오스트리아 쉔부른 궁전

이 기상천외한 저가 패키지 관광의 장단점을 

열거하자면,


장점

1. 최고의 가성비 항공

저가항공이지만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카타르 항공으로 왕복했다.

자리 간격도 넓고 음식도 최고다.

알고 보니 산유국답게 항공유마저 자국산 넣고

가성비로 승부하는 카타르 최고의 육성산업인

항공산업 덕에 싸고 좋은 비행기를 탄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저가항공이 이렇게 좋을 리 없는데...

당시에는 저가 여행의 마법에 경탄해 마지않았었다. 


2. 승차감 굿 리무진 버스

여행 내내 처음과 끝을 같이 했던

벤츠 리무진은 승차감이 좋았다.

크로아티아 운전사가 모는 버스는

편안했고 고급이었다.

빠른 시간에 5개 나라를 도는

강행군에 그나마 위안은 이 버스 덕이다.


3. 짧고 굵게 모든 유명 코스를 부리나케

그냥 첫 유럽여행 시험 삼아,

또는 저렴한 맛에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로는 제격이다.


단점

1. 소박한 숙식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프라하에서는 아예 여행사들이 만든

외곽 새마을 연수원 같은 곳에 내려놓는다.

중국, 한국인들의 저가 여행 전문 숙박지이다.

엘리베이터도 흔들거린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다.

나머지 호텔들도 그 밥에 그 나물이지만

오스트리아 경계 산속의 

오붓한 호텔은 괜찮았다.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하기사 누구라서 이 산속에서 자겠는가.


2. 뛰고 또 뛰어야 한다.

유명 코스를 헐레벌떡 돌아다녀야 하니

3시간은 족히 걸릴 궁전은 1시간 안에,

프라하 시내와 다리는 몇 시간 내에

수만 명 인파와 싸우며 보고 돌아와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3. 쇼핑 강권은 단 두 번!

고소한 것이 가이드가 우리를 

면세점을 데리고 가고 싶어도 

동유럽에 면세점은 많지 않다.

해서 헝가리에서 두 번 정도가 다였다.

가이드는 솔직하게 마지막 면세점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지금 생각하면 혼자 웃음이 터지지만,

나름 당시 사진이 충실하게 남아있고

유럽이란 곳을 처음 경험하고 나니

이제 혼자서도 갈 마음이 생겼으며,

다시는 가지 않을 저가 패키지지만,  

한여름 8월 마지막 주의 추억으로는

그런대로 괜찮은 여행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여로(旅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