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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Aug 07.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3. '신라의 달밤' 중학교 수학여행 1979


어떤 나이 동갑내기들은 

'우리들은 저주받은 세대야' 이러쿵저러쿵하는데

예를 들면 수능 연도에 코로나,

월드컵 개최 등등일 터.


우리 세대도 6학년 수학여행이 없었다.

바로 전해인가 단체여행에서 큰 사고가 있어서

우리 해에 '국민학교 수학여행'이 금지되었다.

애통해도 할 수 없다.

당시 중학교 건물

중학교는 경주, 고등학교는 설악산이 

우리 읍내 중, 고교의 레퍼토리였다.

중2병 환자들은 신나게 관광버스를 타고 

경주로 향했다.

기사 아저씨는 70년대 팝송 댄스곡을 

신나게 틀어 주었고

웬만해서는 읍내를 벗어나기 힘든 

우리들은 모든 게 신났다.


수단 좋은 친구들은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진관에서 대여해서

틈틈이 찍고 장 당 120원에 넘겨 

짭짤한 아르바이트도 겸했다.

경주는 우리 또래의 수학여행 

까마귀(검은 교복)들로 인산인해.

불국사, 석굴암 등등 떼 지어 다녔다.

저녁엔 여관이자 다 쓰러져 가는 

기와집 한옥에 우리 5개 반 모두를 집어넣고 

나무 대문을 잠가 버렸다.

폭발하는 중학교 2학년 앳된 청춘들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이려니와

아마 여행사와 짬짜미 프리미엄으로 

선생들은 술을 드시러 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한국전쟁 이전부터 있었다는 오래된 중학교 벽돌 건물

그 뒷돈 덕에 밥은 보리밥에 짠지 투성이었고

갇힌 청춘들은 좁은 방 안에서 떠들고 

장난치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시끄럽다고 싸대기를 맞는 

친구들도 있었다.


<신라의 달밤> 영화에서 나오던 

수학여행 회상 씬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


신라의 달밤 영화에서는 수학여행에서의 

경험으로 두 주인공의 운명이 갈린다.


그때 경남인가 부산인가 버스가 돌아서 갔는데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던

검고 푸른 강(아마도 낙동강이었을 것이다) 외엔

지금 머릿 속에 남는 풍경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낡아 빠진 그 기와집에서의

야수와 같은 아우성들은 아직도 귀에 맴도는 듯하다.


다음은 설악산 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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