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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Aug 23.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15. 먹고 살기 바빴던 중년의 

       여행을 함께, 여수 2020


코로나로 동창회 해외여행이 좌절되자

우리가 찾은 것은 남도여행이었다.


내 딴에는 순천, 여수 경험자라서 일정을 짰다.

80년대 중반 새내기들은 이제

50대 중반 머리 끝이 희끗희끗.


순천에 도착 후

내가 강추한 국밥집을 갔지만

전에 숙취 후 먹었던 그 맛은 나만의 맛.

일행들은 별로라는 투였다.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순천만 갈대밭.

아마 개인적으로 열 번은 왔던 곳인데

갈대와 작은 게와 순천만의 풍경은

잘 관리된 남쪽나라의 멋을 선사한다.

두번째로 순천 드라마 세트장을 찾았다.

전국에 산재한 그렇고 그런

드라마 영화 찍다 만 곳이겠거니

생각했다가 입구 방벽 흐드러진 꽃을 보고

다시 봤다.


가장 압권은 서울 달동네를 70% 

축약한 비탈 동네.

사진발도 좋지만

힘들고 어렵던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전해온다.

아마 가장 많이 서울로 갔던

전라도 사람들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이 풍경이 더 짠해 보인다.


국내 드라마 세트장 중에서 가장

관리가 잘 된 곳이라 생각한다.


여수로 향했다.

저녁식사를 하러

블로그 추천 횟집을 갔다.


1인당 3만 원이 넘는데,

차려진 상은 가성비가 없었다.

동지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다시는 블로그를 믿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어 밤에는

시그니처 '여수 밤바다' 포장마차 촌에 갔다.

코로나 단계가 낮은 곳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로 넘쳐났다.


풍경만 대충 구경하고 가려는데

택시가 안 잡힌다.

비까지 온다.


다음날 오동도를 갔다.

벌써 다섯번 째 오는 곳.

지겹기도 한데,

소로 아름다운 산책로에서

친구 한 녀석이 충격적인 말을 한다.


학원으로만 30년 살아온 친구가

"성인 되고 여행이 처음"이란다.

독하게 살았구나.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인물,

내 친구 아무개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이다.

재수할 때 학원으로 출발해

우연히 대학 1학년 때 같은 과에서 만나

오랜 시절 함께 했다.


바둑을 좋아하고

수학에 관심 있던 친구는 어쩌저쩌해서

나와 안양에서 자취도 하고

그때부터 독하게 공부하더니

강남에 학원 원장이 되었다.


소싯적 찾아갔을 때

그는 널판지 위에

밍크 담요 깔고 자며

공부하던 친구였다.


우리 시절 대개의 중년들이 그렇듯

앞만 보고 달려왔다.


둘이서 오롯이 걸으며

옛날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심이 되었다.

어제 여수 블로그 횟집의

불상사를 극복하고자

이번에는 카카오 맵 별점으로

갈치조림을 찾았다.


결과는 대성공.

갓김치와 돌게장이 같이 간

친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1박 2일 여수 순천 여행이 끝났다.


뻔한 수사 같지만

"중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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