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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Sep 03.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27. 끝까지 한번 찾아보자!-(3)-

20  사이쿤을 찾습니다, 2020


설렘, 두려움, 또는 막막함.

누구라도 외국에서의 첫 생활은 간단치 않다.

1999년.

일본 유학을 갔을 때

나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더구나 30대 중반에

IMF에 유학이란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처음 일본어학교를 3개월 끊어 다녔는데,

지금이나 그때나 한국 유학원들은

이윤을 남기려고 싸구려, 혹은 이상한 곳을

많이 추천한다.


내가 다니던 교토 시내 0000 학원도

전형적인 그렇고 그런 곳이었다.


재일교포가 하는 곳이었는데,

주로 브로커들을 동원해 입학하는

중국, 한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았고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오는 친구들도 좀 있었다.


기초반에는 중국, 한국인 외에

아름다운 그리스 가수도 있었다.

모두 막내 동생보다 어린 친구들이었지만

외국이니 모두 친구처럼 지냈다.


대만 여자 동급생이 엄마가 하는 

이자가야 가자길래

갔는데, 하필 부산에서 살던 화교라서

한국 말도 잘 통했다.


역시 일본 아니랄까 봐

우리들 주머니 탈탈 털어 낼 정도로

음식 값을 다 받으셨다.


당연한 것임에도

일본은 그렇게 가끔

세상에 공짜는 없어 멍청아!

정신 차려!!라고 하는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그때 옆자리 친구가 바로 사이쿤이다.

조선족이며 랴오닝성 다롄(大連)이 고향이다.

한국말은 전혀 못하는 그냥 중국인이다.


최 씨라서 최라는 한자가

일본말로 사이니까 '사이쿤(崔君)'이라고 불렀다.


20살.

아저씨 뻘인 나와 잘 어울렸다.

아니, 나는 친구가 그 녀석밖에 없었다.


집도 가까워 서로 음식도 해 먹고

놀러도 다녔다.


고작 3개월.

그게 다인데 늘 자전거로 통학 같이하고

어울린 추억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유학 첫날인가... 기숙사 파티를 하는데 친구들 떠드는 소리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내 표정은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

나중에 나고야로 갔다고 들은 것 같은데

몇 번 연락 하다 서로 먹고 살기 바빠

연락이 끊겼다.


친구 찾기 리서치의 자신감으로 이제

글로벌에 도전!!!


이름은 가물가물해서.

일단 중국 웨이보, 바이두에

다롄, 최 이렇게 검색해 봤다.

있을 리가 없지.

인구만 16억인데.


이번에는 일본에서 검색해 봤다.

일본 야후, 당연히 안 나온다.


하도 결과가 안 나오니 낙담도 하다가

생각날 때마다 검색하고 그랬다.

약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하느님이 도왔는지

친구 풀네임이 생각났다.


중국, 일본 검색엔진을 열심히 돌렸다.

아!!!!!!!!

일본 국립기관에 그 친구 이름이!!!!


바로 메일을 넣었다.


친구는 박사까지 따고

국립센터 연구원이었다.

나고야에서 결혼도 하고.


코로나가 풀리면 부산 와라,

나고야 와라, 서로 덕담을 하고

가끔 메일을 주고받는다.


세상은 넓고 인터넷은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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