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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Sep 03.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26. 끝까지 한번 찾아보자!-(2)

-40년 전 덕기를 찾습니다, 2020


기자생활을 좀 해서인지

리서치는 어느 정도 자신 있다.

탐정처럼 나름 치밀해야 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


덕기는 중학교 때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앨범을 보니

초등학교 때 만난 듯하다.


언덕 위 방 두개 세를 주었는데

옆방 금속회사 아저씨 집 막냇동생이었다.

형 형수 아이들이 단칸방에 사니

할 수 없이 하나 남은 방에

그 친구를 들이고 우리 여섯식구는

안방으로 뭉쳤다.

시골에서 월세는 귀한

현금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왼쪽이 5학년 덕기. 내 졸업식 날.


친구는 한 살 아래였는데,

울산에서 살다 부모가 돌아가셔서

큰형 집에 온 것이다.


아마 덕기와 헤어진 그즈음 사진 같다


학교는 시내 3,4킬로 떨어져 있어

같이 자전거 통학을 했다.

덩치는 나보다 훨씬 컸고 싸움도 잘했다.

성격이 좋아 친구도 금방 많이 사귀었다.


뭔가 지고 싶지 않았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이래저래 구라 썰도 많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시골 여리 저기를 싸돌아다니며

잘 놀았다.


인근 동리 다 찾아봐도

동갑내기가 없던 터여서

녀석과 자주 어울렸다.


그 친구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울산에 내려갔나 기억이 가물가물...

그때부터 기억이 끊겼다.


남부지방 다니러 가거나

부산에 정착하면서도 늘

잘 웃고 활발하던

'울산의 덕기'가 많이 생각났다.


지난해 어느 나른한 휴일 오후.

문득 리서치를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고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울산-덕기 검색어는

잔디밭에서 바늘 찾기이다.

전화번호부에서 김 씨 찾기나 매한가지.


그런데 네이버에

어...?

친구 사진이 나왔다.

그때 그 얼굴이 그대로 있었다!!!


중견기업 봉사단 사진이었다.

냅다 회사에 전화했지만 휴일이다.


그때부터 3시간 동안 나의

추가 리서치가 시작되었다.


일단 페이스북을 검색했다.

어?

몇 년 전 마지막 끊긴 글이 보인다.


친구 따라 들어가

예전 그 덕기 조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엔 밴드를 뒤졌다.

우리 같은 중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인 데다

마당발 친구가 없을 리가 있나.


친구 찾다가 스토커 오해를 각오하고

찾다가 드디어 친구가 가입한

고향 모임 밴드를 찾았다.

거기도 메시지를 넣었다.


하지만 휴일이고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 해도 안심이다.


결국 다음날 아침 전화가 왔다!!!


우와!!

덕기야!!!!!!!!!!!!!!!



후기, 덕기를 만났다.


우리는 곧장 다음 주에 울산

KTX역 근처에서 만났다.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었

벌써 자식들은 출가해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단다.


알고 보니 철이와 골프장갑

회사도 같이 다녔었고

중간에 한번 만났다고도 했다.


울산 내려와 회사, 식당 고생 많이 하다

지금의 회사 중견간부로

스카우트되었다고 했다.


고맙다, 잘살아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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