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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Sep 07.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29. 생애 최초의 여행 봄 소풍, 1972


예전 시골에서는 소풍과

운동회는 동네잔치였다.


대한건아 2,400명이나 되는

읍내 초과밀 초등학교도

소풍, 운동회는 모두의 축제였다.


태어나서 첫 여행이자

봄 소풍은 1학년, 72년 봄이었다.


어느 동네나 다 있을법한

말죽거리로 갔다.

지금의 용인 시내와 양지 사이.

소나무 솔밭과 약간의 양지바른 터 때문에

아마도 소풍장소로 선택된 듯하다.

하기사 갈 곳도 마땅히 없었다.


고향에 자연농원(에버랜드), 민속촌 같은

전 세계적 관광지가 들어서고 나서

고3 때까지 봄가을로 번갈아

가던 것과 비교하면

나름 말죽거리는 소박했다.


나와 누나는 1학년 터울이니

당연히 같이 갔을 테고

엄마와 6살 동생도 따라왔다.

갓난아기 막내는 기억이 안 난다.

왼쪽이 2학년 누나, 가운데가 신입생 나, 오른쪽이 6살 남동생

하이라이트 보물 찾기는 젬병이었는데

다른 녀석들은 귀신같이 찾아

노트며 연필 상품을 타 갔다.

그게 그렇게 속상했다.


57년 평생 경품 제비뽑기는

내가 좀 운이 좋은데,

그때는 행운의 여신이 주위에 없었다.

김밥, 찐 계란, 칠성사이다가 아마도

그날의 피날레였을 것이다.

그런 음식들은 일 년에

소풍과 운동회 딱 두 번 정도 먹는

스페셜 런치인 것이다.


흰색 나일론 타이즈가 조여 오는 무릎의 느낌,

봄 햇살의 따가움,

솔나무 향기, 풀 냄새

아직도 그 시절 냄새가 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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