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추억 여행기
29. 생애 최초의 여행 봄 소풍, 1972
예전 시골에서는 소풍과
운동회는 동네잔치였다.
대한건아 2,400명이나 되는
읍내 초과밀 초등학교도
소풍, 운동회는 모두의 축제였다.
태어나서 첫 여행이자
봄 소풍은 1학년, 72년 봄이었다.
어느 동네나 다 있을법한
말죽거리로 갔다.
지금의 용인 시내와 양지 사이.
소나무 솔밭과 약간의 양지바른 터 때문에
아마도 소풍장소로 선택된 듯하다.
하기사 갈 곳도 마땅히 없었다.
고향에 자연농원(에버랜드), 민속촌 같은
전 세계적 관광지가 들어서고 나서
고3 때까지 봄가을로 번갈아
가던 것과 비교하면
나름 말죽거리는 소박했다.
나와 누나는 1학년 터울이니
당연히 같이 갔을 테고
엄마와 6살 동생도 따라왔다.
갓난아기 막내는 기억이 안 난다.
하이라이트 보물 찾기는 젬병이었는데
다른 녀석들은 귀신같이 찾아
노트며 연필 상품을 타 갔다.
그게 그렇게 속상했다.
57년 평생 경품 제비뽑기는
내가 좀 운이 좋은데,
그때는 행운의 여신이 주위에 없었다.
김밥, 찐 계란, 칠성사이다가 아마도
그날의 피날레였을 것이다.
그런 음식들은 일 년에
소풍과 운동회 딱 두 번 정도 먹는
스페셜 런치인 것이다.
흰색 나일론 타이즈가 조여 오는 무릎의 느낌,
봄 햇살의 따가움,
솔나무 향기, 풀 냄새
아직도 그 시절 냄새가 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