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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Sep 28.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41. 엉망진창 백두산, 2016


민족의 영산이니 하는 미사여구보다

그냥 백두산 자체를 보고 싶었다.


아주 여러 번의 다짐 끝에

마침 중국 만주 장춘에서

한 달간 체류할 일이 생겨

백두산에 도전하기로 했다.

가족과 조카 한 명도 

한국에서 불렀다.


1. 울며 겨자 먹기, 단체여행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단체여행이다.

여행사, 가이드, 식당 등 모든

구성체가 모두 만족하려면

싸구려 방에 거지 같은 밥은 필수이다.

오죽하면 교토에서도 단체여행은

말라 비틀어진 스시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백두산은 개인여행이 쉽지 않다.

대개가 단체여행뿐이다.

백두산을 지상목표로 여기는

한국인들은 한족 장사치들의 

좋은 먹잇감들이다. 


한국 여행사를 통해 가도

90만 원이 넘는(2016년 당시)

고가 여행이다.


나는 중국 여행사를 통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놓고 싸구려 여정이었다.


호텔에서 미니버스를 탔다.

가이드도 중국인이다.

못 알아들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4시간 여 동안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첫 식당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이 친구들의 퀄리티를.


볶음밥인지 뭔지 대충 내놓고 

계란 프라이도 모자란다.

1,000원도 안 할 메뉴.

가족들이 툴툴거렸지만

나로서도 중국 지인 통해 소개받은 터라 

불평도 못하겠다.


백두산 입구에서는 

반드시 지정 버스나 소형 차로 갈아타야 한다.

후두두둑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더니 

비가 오고 먹구름이 낀다.

그러다 밝았다가를 반복한다.


2. 아뿔싸, 날자 착오

장백폭포에 도착했다.

아. 나의 실수...


5월 초였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천지 정상은 못 가고 

장백폭포만 보고 와야 한다.


6,7,8,9월 정도만 

정상이 허락되는 걸 몰랐다.

젠장 검색이라도 할 걸.

엄한 서파 북파니 하는 루트만 찾았다.

이미지 출처:위키백과

결국 추운 설경에 오들오들 떨며

폭포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장사 천재 중국인들은 

온천 찐계란과

추울 때 잠시 입으라고 

두꺼운 롱 패딩을 대여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장백산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만주족 청나라의 시원(始原)이자 신성한 곳이어서

중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3. 가짜 조선족 마을까지

이제 백두산 언저리라도 봤으니 돌아가야지.

버스는 또 구불구불 먼길을 가야 한다.

연변 연길 호텔에 가면 야밤일 것이다.


어김없이 버스는 가다가 

관광상품 파는 곳에 섰다.

사는 둥 마는 둥 대충 몇 개를 구입했다.


저녁은 전통 조선족 마을에 가서

고기도 먹을 거라고 가이드가 자랑한다.


대충 지은 초가집 사이로

강당에서 공연과 함께 밥을 먹는다.


밥은 맛도 없고

고기는 이상하다.

공연팀도 알고 보니 조선족도 거의 없어

한족들이 한복을 입고 공연을 하고 있다.

일행들은 패닉에 빠지는 가 싶더니

한국인들 아니랄까봐

백두산 자체를 봤다는 것에

만족해 했다.


백두산이 뭐길래...


이제는 산 근처까지 기차도 뚫리고 

개인여행도 수월하다고 하는데

백두산 천지를 보고 온천욕을 하려면,

바가지요금을 안 쓰려면,

날자와 여정을 잘 검색하고 가야 한다.


어쨌든 후지산-백두산 갔다 왔으니

이제 한라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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