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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Sep 29.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42. 지상과제, 한라산 2019


후지산 백두산 지리산도 갔다 왔는데 

한라산은 당최 기회가 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중턱 근처,

술 덜 깬 상태에서 

비 맞으며 세 시간 왕복한 게 다이다.   

   

마침 교직원 연찬회가 있어

(직원 엠티를 고급스럽게 표현) 

제주로 가게 되었다.


나는 이번엔 반드시 오르리라 작정을 하고 

등산화 등산복까지 준비했다.

  

생애 최초의 도전. 

선생들은 대부분 레저나 올레길로 가고 

매일 등산한다는 산신령이라 불리는 샘,

인문학자 영화전공 샘 합해 셋이 도모했다. 

     

이미지 출처: 제주에어 홈페이지

아침 일찍 일어나 먹을 것을 싸고 

택시를 타고 성판악 입구에 다다랐다. 


여기에서 관음사까지 횡단 코스는 

다른 루트와 달리

오리지널 가장 긴 여정이다.

     

한라산은 산장도 비박도 안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길이 매우 평등하다.     

중간에 치고 들어오거나

포기하고 빠져 내려오는 지름길 없다.

오로지 한 길.

누구든 똑같은 기회이다.   

평등, 공정한 게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안전사고 때문에

몇 시까지 정상에 올라야 하는

제한 시간도 있다.      


총 길이 9.6km, 9시간.

      

입구부터 마침 군인들 

무슨 정례행사가 있는지 

군인들이 무리 지어 올랐다.      


나는 동갑내기 샘에게 

"우리 죽기 전 마지막 코스 아닙니까?" 

농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장 9시간 코스를 

우리 무릎이 당해낼지 걱정이 앞섰다.     


산신령 샘은 진짜 

발이 땅에 닿지 않는지 

금세 눈앞에서 사라졌다. 

각오한 일이다. 


등산화 싸구려를 

갑자기 아침에 사서 신고 

오르는 동료 샘이 제일 늦게 뒤따랐다.     


거의 숨이 턱에 닿을 정도 3시간 넘어 

백록담에 닿았다. 


아! 이게 그 정상이구나. 

거친 바람과 험한 바위가 경치를 더해준다.      


정상 주변엔 귀하다는 구상나무가 있고

마침 목공예 산신령님은 

이 나무에 대해 설명도 해 주신다.     


그것도 잠시, 하산길 비탈길에 

그는 또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중에 재어보니 

우리보다 한 시간은 일찍 하산했다.  

    

우리 두 사람은 수다 떨다가

다리 아프다고 하소연도 하다가

걷고 또 걸었으나 

관음사 코스는 경사도 심하고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보였다.      


워낙 산행을 즐기지만 

이런 장시간 등산은 처음이다.

 

하산해서 버스 기다리다 

막걸리 딱 한잔을 마시는데 

무릎관절이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내가 정말 미친 건지 모르겠지만 

이젠 중국 황산 태산을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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