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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Oct 05.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46. 교토의 절을 관조할 것, 2016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곳이든

처음에 정착하는 곳이 제2의 고향 같다.


나는 일본 교토에서 

첫 외국, 유학생활을 해서

늘 갈 때마다 푸근함을 느낀다.


하지만 유학시절은 고학생이라서

당시엔 공부하고 

먹고 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교토의 매력을 전혀 

못 느끼고 살았다.


2016년 마침 연구년을 맞아

교토국제만화뮤지엄 방문연구원으로 

2주간 가서 

정말 많은 자료들을 섭렵했는데,

그때 교토 여러 곳을 혼자 걸어 다녔다.


교토 일러스트를 보면 교토타워와 절이 나오듯

교토는 불교의 고장이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가는 

청수사는 사람 인파에 정신없고

금각사는 화려하지만 감흥이 없고

은각사는 뭔가 좀 더 

일본을 공부해야 그 맛을 느낄 듯하다.


제일 먼저 교토 역 앞에 있는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에 갔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유서 깊은 곳이다.

진종본묘(真宗本廟)라 하니 

특정 종파의 본산 같다.

교토역 앞에 있다. 크고 웅장한 느낌이다. 이미지 출처:구글 맵


일본을 미워하게 만든 복합적인 문제와

어려서부터의 교육 때문에

사실 우리 나이 한국인들에게 

일본 절과 신사는 꺼림칙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일본 불교와 참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불교문화를 이 곳은 

왕과 귀족이 즐긴데다

수많은 공을 들여

그 세계가 깊고 넓다.


아무튼 처음 일본의 절 경내에 들어섰다.

조용히 사람들이 안에서 묵상하고 있다.


한국 절의 대웅전에 가면

기도하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보이는데,

여기는 누구라도 앉아 

눈을 감고 응시하거나 좌정하고 기도한다.


나도 따라 해 봤다.

일본 절에 대한 그동안의 편견이 무너졌다.


세계적인 정원이라 극찬받는

료안지(龍安寺)도 이번에 처음 찾았다.


경내에 들어가니 역시 많은 이들이 

툇마루에 앉아 경이로운 

정원을 바라보며 관조하고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정원은 

숨이 막힐 것 같은 정적과 섬세함,

그리고 고도의 정신세계가 느껴졌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관광지로 조용히 묵상하는 곳이다.               이미지 출처:구글 맵 

누가 어디서 어떤 문화를 

자국과 비교하며 비하하는 순간

눈이 멀고 우물 안에 갇히게 된다.

내가 과거에 그랬다.


퇴로의 연못을 둘러 싼 좁은 길이 

인상적이었다.

철학의 길 느낌이다.


그리고 몇 개의 절을 더 갔다.

마음을 씻는 여행이었다.


다음에 교토 오는 사람들에게 

청수사, 금각사 대신

이 루트를 소개해 주고 싶다.


굳이 적어 보자면

후시미 이나리 신사-야사카신사-

금각사-은각사 코스는 

화려한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천룡사(텐류지天龍寺)-

히가시혼지-료안지-

남선사(난젠지南禪寺)-

지은원(지온인知恩院) 등은

묵상이나 고즈넉한 감상의 공간이다.


절 앞에 유명한 

일본의 중화요리 체인점에서 

느낀 에피소드 하나.


요즘 일본 식당에서는

한국 김치가 주요

반찬 메뉴이다.


라멘 세트를 시켰는데, 

김치가 전라도 김치 

뺨치는 맛이었다.


반찬 돈을 받는 대신 

퀄리티는 최상급인 

일본의 식당문화.


중국산 김치 천지로 

식당 가서 젓가락 잘 가지 않는 

한국과 비교되어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차라리 돈을 받더라도 

오리지널 국산 김치는 

먹게 해 주면 좋겠다.


이 체인점은 서울에도 진출했던데,

조만간 일본 식당에서 

맛난 김치를 만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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