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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Oct 04.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45. 일본문화에 대한 애증,

     길림성 코스프레 경연대회, 2016


한국과 중국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배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잔악한 제국주의 과거를

아직 청산하지 않고 있는

이웃 때문에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대국 중국은

과거 상처에 아직 괴로워하고 있다.


오죽하면 2016년

중국의 대학 주차장에서 본

일제 차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 비록 일본 차는 타지만

일본은 미워한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일본의 경제에 대한 향수,

어린 친구들은

일본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율배반적이지만 일본문화는

태생 자체가 길티(Guilty)이며,

숨어서라도 보고 싶게 만든다.


중국 정부의 대중문화 규제 이면에 가려진

젊은이들의 일본문화,

한류 사랑은 내가 볼 때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2016년 길림성의 수도인 장춘에

행사가 있다고 해서 갔다.


나는 외국에 나가면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를 만드는데,

23살 정도의 만화전공 학생과 친구가 되어

같이 술도 먹고 했다.


곱상하게 생긴 이 친구가

알고보니 코스프레 장인이었다.



장춘 역 앞 완다 백화점 로비에서

펼쳐진 코스프레 경연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제12회 항저우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코스프레 경연대회 본선 참가자를 선발하기 위한

지역 예선대회,

즉 길림성 예선전이었다.


참가자들은 개인과 단체 등으로 나누어

무대에 올라 장기자랑 식의 춤과 무용,

입담을 과시했다.


소개해  친구는 이미 레벨이 

심사위원 정도라서

참관하고 구경하고 참견하고 했다.


참가한 팀들은 웃고 떠들며 즐거워했다.

팬들은 막대 응원까지 하며 열성적이었다.

구미, 한국의 일본문화 팬들을 뺨치고 있었다.


더구나

만주사변의 아픔이 되새김질되는 이곳에서

일본군 복장

(물론 애니메이션 내용이겠지만) 하고

돌아다니는 학생은 충격이었다.



내가 꼰대라서가 아니라

중국의 역사의식에 비례해서

보이는 풍경이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젊은이들은 맘껏 그 자체를 즐겼다.


원한도 깊지만

문화의 도 넓고 깊다.


그날 받은 센세이션은

문화의 거대한 파워를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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