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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Oct 11.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55. 붉은 시절, 2002


2002년은 나라 전체가 축구에 

빠져 있던 터라 

나 또한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응원에 빠질세라 

딸과 친구들과

비더레즈 티를 입고 

시청 광화문에 나갔고

월드컵을 즐겼다.


축제가 끝났을 즈음

붉은 악마는 아니고 

순수하게 축구가 좋아진 네티즌의 모임,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처음이었다. 

닉네임만으로 소통하고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고 엠티 가고 그러는 문화는.


나도 시청 앞 붉은 무리들 속에서 잠시 살았었다.

매주 주말이면 홍대 앞에 모여 

술 먹고 날 새고 했는데,

50대부터 20대까지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게 매력이었다. 


그곳은 나 같은 늙다리 

보따리장수 강사도 

기꺼이 즐겁게 받아주었고

주말에 스트레스를 그곳에서 풀었다.


누가 네티즌들 아니랄까 봐

정치토론마당에서 피 터지께 싸우고

축구로 또 토론하고

파가 나누어지고 탈퇴하고 

그런 과정을 10여 년 겪고 나니

지금은 흔적도 희미해졌다. 


2002년 축구 열정과 함께 해준 곳이자

전국일주 강사의 고단함을 잊게 해 준 

고마운 힐링의 장소였다.


공무원, 치과의사, 대학생, 회사원,

유학생, 프리랜서, 영어강사, 고시생, 백수 등등

다양한 직군과 밤새 술잔을 부딪히며

놀던 그때가 

또 다른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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