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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Oct 19.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62. 야끼니꾸, 2000


일본 유학은 고학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알바나 파트타임이라서

일자리가 많다. 


일하는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고용안정 측면에서 최악이지만

단기 알바 유학생들에게는 천국이다.


그리고 일본 친구들도

아주 부잣집 자제 아니면

아르바이트는 필수처럼 여긴다.


유학생 중에 초심을 잃고 돈 때문에

유흥 분야 알바를 하다 

샛길로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용돈벌이 혹은, 학자금 분납은 충분하다.


나처럼 늙다리 고학생은 

좀 더 많은 돈 때문에 한국 가게를 간다.

편법이지만 유학생 근로시간 초과도 

알음알음 가능하고

방학 중 장시간 노동으로 

목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식 고기구이집이 유행했다.


워낙 고기를 못 먹던 민족이라

(중세시대 내내 육식이 금지되었다)

한국요리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는 야끼니꾸(焼肉) 집은 

인기 만점이었다.


우리가 일식집 가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모처럼만의 

외식 1번지였다.


처음 아르바이트로 간 곳은 

한국인 마마와 

일본인 남편이 있던 곳인데,

명문 교토대 부근이었다.


새로 개점한 곳이라

의욕이 넘쳤는데,

나는 나이가 많아

김 군, 이군이 아니고 

'미스터 윤'이라고 불렸다.


일본어가 짧아 처음에는 고기 철판을 닦았다.

노상에서 고기 찌든 때를 

철 수세미로 닦으려니

30대 기자생활까지 하고 온 몸이 

아무래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군대 다시 온 셈 치고 열심히 했다.


바쁘면 서빙도 하곤 했다.


한 손에 생맥주잔 6,7개까지 들고 

이층을 오르락 내리며

정신없이 뛰다 보면 시간이 너무 잘 갔다.

군대나 알바나 시간 빨리 가는 게 최고다.


알고 보니 남자 주인은 

야쿠자 계열 사장 같은데,

말투도 거칠고 하는 뽄새가

영락없는 양아치 계열이었다. 


어차피 자기 가게 돈 벌어주는 종업원이라 

우리들에게 딱히 큰 문제는 없었다.


일본 고깃집은 독특한 것이

우리가 잘 먹지 않는 시오탄이라는

소 혓바닥을 가장 먼저 구워 먹는다.

일종의 전채요리처럼.


입맛을 돋운다는 경험에서 나온 요리 같다. 

얇고 레몬과 파를 

얇게 저민 고기에 얹어 

먹다 보면 먹을만하다.


갈비, 로스 등의 고기는 

접시에 고작 몇 점씩만 나오는데,

일본식 마케팅 수법으로

특특상-특상-상갈비 이런 식으로 적어 놓아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누구라도 월급 타면 

특특상을 먹고 싶을 것이기 때문에.


거기는 대개 양념을 하지 않고

타레라고 하는 소스에 찍어 먹는다.


또 내장을 호르몬이라 하여 구워 먹는데

테창(대창)처럼 한국말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방 후  

대장간 뒷간에서 

살코기 외에 버리는 내장을 

막걸리와 함께 구워 먹던 

재일교포 고깃집이 원조이기 때문이다.


첫 고깃집 알바 당시 사진. 한국인 여학생, 교토대 학생, 주방 한국인 아주머니.


또 하나 독특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있듯

마실 것 또는 고기 무제한 시스템이다.

호다이(放題)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고기뷔페 식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90분에 3,000엔 내고

마실 것 무제한!

90분 5,000엔에 고기 무제한! 

이런 식이다.


아무튼 이 시스템에는 

주인의 얄팍한 상술이 끼어든다.


먼저 밥을 시키도록 유도해 

고기를 덜 먹게 유도하거나

단품보다 고기의 질을 몰래 낮춘다.

또 일부러 천천히 갖다 주기도 한다.


해서, 일본 여행 중에 단체여행이 아니라면

(당연히 단체여행은 많이 남으니까 

이런 곳에 데리고 간다)

단품으로 먹는 것이 

비용이나 퀄리티면에서 이익이다.


채소 위주, 된장과 함께 소식하던

어버이 세대와 달리

젊은 층은 과식하고 육식을 많이 했다.


그렇게 식당 3년 정도를 

꾸준히 아르바이트하다 보니

이제 식당, 식도락, 요리에 적어도

아마추어 수준의 감을 잡게 되었다.


반전은...

고깃집 알바생은

훗날 반채식주의자가 된다.

식당 탓은 아니고 체질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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