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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Oct 12.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57. 가르친다는 것, 

     대학강사 나카니시 선생님, 2000


일본도 강사 처우는 비슷하다. 

불안한 고용과 저임금도 마찬가지.


대학원 강사 중에 

나카니시 선생님이 계셨다. 

순수 회화 출신으로

수채화 수업을 지도하셨다.


사람 좋은 얼굴과

수준 높은 실력으로 

인기가 만점이었다.


당시 우리 만화학과에서는 

대학원생을 

1년에 단 두명만 뽑았는데

그래서 수업은 1, 2학년 

합해봐야 3,4명이었다.


늘 선생의 봉고차를 타고

교토와 인근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수채화를 그렸다.

 

나야 미술과 관련 없는 전공 출신이라 

개발 세발이었지만 수업은 재미있었다. 


대개의 일본 5,60대 이상은 

자민당 지지 우익 보수인데, 

그것과 상관없이 

내외국인 제자를 차별 없이 대하셨다.


수업 끝나고 같이 우동도 

같이 먹고 했다.

당시 선생은 암 수술로 

위가 절제된 상태라서

주로 비스킷 정도만 드셨다.


고등학교 미술선생 출신이라서 그런가

다정다감하고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다.

 

선생님이 사인해 주신 작품집.tㅗㄴ수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초대하셔서 

사모님께서 손수 만드신 냉면을 

권하기도 하셨다.


유럽을 꽤나 동경하셨는데,

대개의 일본 60대 이상이 그렇듯 

한국은 한 번도 온 적 없다고 했다.


비행기 공포증도 있다 하기에

졸업 후 한참 지나

페리호로 부산에 초대했다.


선생은 국제시장에서 손주 옷도 사고

부산 음식도 드시고 행복해하셨다.


최근 사모님 부고 소식을 듣고 보니

혼자 외롭게 사시게 되어

다소 염려된다. 


일본 교수들 

조금은 얄궂고 차별도 많다.


하지만 나카니시 선생은

적어도 선생으로서

제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준 

최고의 스승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분의 제1제자는 아니나

교토에 가서 찾아 뵐 

어른이 있다는데 감사한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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