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기헌 Oct 13.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58. 호찌민에서 호찌민을 기억하다, 2017


베트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베트남전, 다낭, 쌀국수, 라이따이한.

씨클로, 고수, 밀림 등등.


부정과 긍정의 단어들의 복합체,

그 베트남을 드디어 가게 됐다.


어느 여행이건 현지 지인이 있으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법.

지인과 동행하는 호사를 누렸다. 

하다 못해 맛집도 지인과 가면 

100% 보장이 아닌가.


공항에 내리니 더운 열기가 훅하고 들어왔다.

가까운 호텔로 가는데,

역시 베트남의 상징 

수많은 거리의 오토바이가 장관을 이룬다.


중국도 만주 같은 곳에서

8차선 무단횡단을 하다 보면(?)

의의로 무질서 속의 질서가 보이는데,

여기는 아수라장 같지만

사고 한 번 본 적 없는

놀라운 베트남의 질서가 느껴진다.

그래서 남의 나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호텔에 도착하니 

호텔에서 만든 쌀국수를 준다.

호텔 점심이라고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국물은 잘 우러난 닭 칼국수 맛이 나는데

현지 지인이 알려준 대로

라임과 고추, 고수를 넣으니 맛이 확 변한다.

아.. 역시... 현지 맛이야!


남베트남 멸망 마지막 헬리콥터가

울부짖었던 그 사이공은 

국부 호찌민의 이름으로 

도시 이름을 개명했다.

도이모이 개방정책은 

이곳을 경제의 중심도시로 만들었다.

원래 물산과 교역이 풍부했던 도시라서

가능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베트남 관광청


프랑스 식민지 탓에 오래된 유럽풍 건물과 

식습관도 남아있다.

반미라 불리는 쌀 바게트 

샌드위치가 그렇다.


커피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워낙 커피와 상극이라 

맛은 잘 모르겠으되

달큰하고 캐러멜 맛이 

많이 나는 것 같다.


도시가, 골목이, 

흔히 보는 동남아와 달리 

매우 깨끗했다.


지인은 호찌민이 혁명하면서

우리가 못살아도 

이미지는 깨끗하게 하자,라고

설파했다고 한다.


일본 사상가가 중세에

어떤 것 하나라도 잘하면 

득도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일본의 장인이 많듯

사상가 한 명이 세상을 바꾼다.


어쩐지 건물 수위 아저씨는 

빗자루로 자꾸 쓸고 또 쓸고 있다.


국부, 호찌민을 더 찾아봤다.

호 할아버지로 불릴 만큼 검소하고

친근한 민중의 지도자로 남아있다.



전쟁기념관을 갔다.

의외로 한국군 관련 자료는 없다.


미군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용병들은 무시하겠다는 

자존심 센 베트남인들의 

기획이 느껴졌다.


뜨거운 전쟁의 포화가 사라진 베트남에서

우리와는 과거와 현재가 

밀접하게 연결된 나라.


피어린 역사와 

한없이 가벼운 관광이 교차하는 

호찌민에서 

강한 고수 향만큼이나 

형언하지 못할 

어떤 감정이 나를 강하게 흔들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여로(旅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