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기헌 Oct 21.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67. 맹꽁 윤승운 선생, 2017


명랑만화, <맹꽁이 서당>의 작가

윤승운 선생과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로 그저 만화계 선후배로 안면만 있었다.

그러다 전라도 모 대학 교수 공채에 내가 떨어지고

얼마 후 선생님이 특별공채로 들어가게 되면서

사람 착한 선생님은 나만 보면 안타깝다고 하셨다.


그리고 몇 년 후,

2008년경, SICAF(서울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만화 어워드 심사가 끝난 뒤풀이 자리에서 만났다.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본인의 만화가로서의 역정(歷程)과 

예전 만화가들과의 과거사를 

구수한 옛날이야기 식으로 풀어내어 

좌중을 기분 좋게 하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늘 소안(笑顔)의 맘씨 좋은 

이 원로 만화가의 생애에 대해 강한 흥미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행에 옮기기엔 너무 바쁘기도 했거니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2010년부터 만화사 관련 박사 논문을 쓰면서 

공부하는 겸 만화가들의 삶에 관심이 더해졌다. 


마침 영상 벤처 업체를 차린 제자가 

다큐멘터리를 같이 찍으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와 

지극히 사적인 프로젝트 ‘윤승운 인터뷰’를 시작하게 됐다.


첫 인터뷰는 사전 만남 형식으로 

2013년 추석 며칠 전이었다. 

선생님께 프로젝트며 연구비가 아니고 

순순한 개인적인 차원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고 

그때부터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며 준비를 했다. 



정식 인터뷰는 본인께서 처음 공개한다는 

본인의 남양주 농장 주변에서 진행되었다.


함경도에서 태어나 월남해 큰아버지 밑에서 자란 소년. 

어느 날 만화를 접하고 직업으로서 만화를 선택하고 

농장과 또는 역사에 눈이 트인 사람. 


‘언제나 누구에게나 동물에게까지 

선(善)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몸으로 실천하는 만화가. 

2021년 10월에 출간한 책 '명랑'.


선생의 일대기를 탐사하는 나 자신이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제 2021년 10월 20일, 

몇 년 만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겨우 자비로 출판한 책을 드리러 

선생님 댁을 다시 찾았다.

시카프 어워드 전시회에 내가 헌정한 그림.

집은 공사장에 둘러싸여 찾기 힘들었다.


그새 많이 연로해지신 선생님은

다소 심신이 약해지셨다.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농장에서 직접 키운 

남양주 먹골배 두 박스를 주셨다.


유기견 유기묘를 내치지 못하고 품은 사람,

'명랑한 만화가' 윤선생님이

좀 더 건강하고 명랑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호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에게 맞는 별칭은

'맹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여로(旅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