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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Oct 20.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66. 리더스와 샘터, 1988


누구나 스트레스에 맞닥뜨리면

나름 대처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주로 읽고 쓰다 보면 풀린다.


꿈같은 대학생활 보내다

추운 겨울 입대한 군대는

나에게는 엄청난 압박이었다.


그래서 군대에 무료로 제공되는

소대 책꽂이의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샘터 잡지를 틈만 나면 읽었다.


아니 그것밖에 읽을 것이 없었다.


말랑말랑한 이야기들 투성이었지만

적어도 활자 중독증인 나에게

그것은 해독제 같은 것들이었다.

 

이미지 출처: 예스24


역경을 딛고 나아가는 인간승리 스타일의

전형적인 아메리카니즘

리더스의 글이야 심심풀이로 읽는다.


지독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샘터의 따듯한 글은 

나름 재미도 있었다.


당시 최인호 작가의 

가족이란 에세이 연재물이 좋았다.

늘 젊은이들을 흥분시키는

마약 같은 글을 쓰던 그가

비록 순해졌어도

유려한 글솜씨는 여전했다.

 

이미지 출처: 한겨레신문


한편으로 나는 일주일에 

두 번 편지를 썼다.


어느 날 어떤 단어가 생각이 안 났다. 

먹고 자는 본능적 삶에 길들여지다 보니

머리가 빠가가 되는 느낌이랄까.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글 쓰는 능력이라도 보존코자

편지를 엄청 썼다.


선배 후배 친구 모두에게 보냈다.

특히 어머니에게 많이 보냈다.

애인이 있었다면 매일 썼을 것이다.


그 편지 모은 것을 제대 후에 

어머니가 보여 주셨다.


내 트라우마 공간에서 보내온 

시간여행 편지 같았다.


리더스는 없어졌고

샘터는 한국사회에서

유효기간이 끝나가지만


문고판 작은 사이즈 얇은 두께

그 잡지를 집는 느낌만은

아직 내 손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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