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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Nov 03.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71. 규슈 한 바퀴, 2010


일본 경험이 많은 두 가족이

부산에서 쾌속선을 탔다.

당시엔 저가항공이 많지 않아

왕복선은 저렴하고 3시간이면 

하카타항에 닿았다.


상대적으로 낯선 규슈(九州)

한 바퀴 돌겠다고 다짐한 터여서

일단 렌터카를 빌려 고속도로를 탔다.


후쿠오카에서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벳푸(別府)였다.


과거 화려했던 

온천지의 영광은 다소 퇴색해

마치 '동래 온천장' 같은 분위기였다.


오히려 예전에 지은 실내 워터파크가 

그나마 즐길만했다.


벳푸에 야생 사파리가 있는지 몰랐다.

각자 자기 차를 타고 들어간다.

버블경제에 투자한 위락시설답다.

너른 초원엔 동물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관광객은 고작 우리 포함 얼마되지 않아 보였다.


그다음으로 간 곳은 미야자키(宮崎)였다.

우리 프로야구팀들이 전지훈련 곧잘 가는 곳으로

산이 많고 남쪽이라 따듯하다고 한다.


일본어 전공 제수씨의 조언으로 우리는

일본 황실의 고향이라는 

다카치호(高千穂)라는 곳에 갔다.

나름 일본은 좀 안다는 우리들도 처음이었다.

다카치호 이미지 출처:구글맵

갑자기 땅이 푹 꺼진 듯한 절경 아래

이끼 푸른 물이 유유히 흐르고

신성한 기운이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저녁에 차를 몰아 

최남단 가고시마로 향했다.

일단 명물이라는 흑돼지 돈가스를 먹고

화산섬 사쿠라지마를 갔다.


내륙에서 배로 차를 싣고 30분이면 닿는다.

화산 전망대를 들렀다가 한 바퀴 도는 중에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화산재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화산이 터지는 줄 알고 놀랐지만

현지 주민 말로는 하루에 세 번 저렇게 

화산재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반대편에는 화산재가 쌓인 채

마을과 학교도 있었다.

특이한 것은 낑깡과 순무가 잘된다고 한다.


아주 획기적인? 경험이었는데

몇 년 후 사쿠라지마 화산이 크게 폭발해 

뉴스에 도배된 적이 있었다.

일본다운 볼거리이다.


다시 가고시마를 건너와 

잠자리를 쿠마모토로 정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가자는 데로 갔는데, 

갑자기 길이 끊기고 바다가 나온다.

알고 보니 배를 타고 건너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배는 끊겼고

결국 근처 마을에 펜션을 잡았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서 시장을 보고

작은 파티를 벌였다.


놀라운 것은 복지가 잘 돼있어

동네 노년층을 위한 실내 체육관, 

온천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직 요즘 같은 경제 불황을 덜 느끼는 

당시의 인프라였다. 

하우스텐보스 이미지 출처:위키백과

뭔가 고도성장의 그늘, 혹은 흔적은 

나가사키(長崎)가 클라이맥스였다.


어마 무시한 예산을 들여 만든 

유럽풍 매머드 관광단지  하우스텐보스.

이제 빚더미에 신음하고 있었다.


서구를 쫓아 번영을 이룬 일본의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여기에서 증명되고 있었다.


암튼...

규슈 한 바퀴를 돌고 난 우리들의 감상은


1. 5일 동안 좁은 도로에서 주정차 위반을 한 번도 못 봤다.

2. 마을들은 도대체 사람이 살고는 있는지

  일본 특유의 정중동 분위기였다. 

3. 시골 출신 우리들이 보기에 논과 밭은 잡초 하나 없이 깨끗했다.

4. 이쪽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라 그런지 덮밥 집도 

   밥 리필을 해줄 정도로 인심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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