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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Nov 16.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72. 남도여행, 2015


지인들끼리 국내 여행하는 모임이 있다.

1년에 한두 번.


다행히 전라도에 사는 지인이 있어 

이곳저곳을 여행한다.

우리가 찾은 곳은 먼저 벌교.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고장에는

태백산맥 기념관이 있었다.


소화, 염상구 형제 등등.

소설에서 낯이 익은 주인공들이 가까이 느껴지는 듯하다.

벌교천 다리 밑에는

핏빛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현대사의 비극.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또

벌교꼬막 성찬의 가게들이 즐비하다.

무침, 전, 꼬막탕 등등 없는 게 없다.


그리고 우리는 고흥에 갔다.

지인 고향집 앞마당에 가니

어르신들이 석화며 비파주를 꺼내 주셨다.


황톳빛 너른 들 가운데 홀로 자리한 농가에서

우리는 남도의 향취를 맘껏 즐겼다.


집을 떠나 가까운 소록도를 찾았다.

말로만 듣고 찾은 것은 처음이다.

남도는 늘 눈물을 머금은 동네 같다.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과 설움이 뭉쳐있는 곳.


유적을 보고

잔잔한 바다를 보니 

죄인 아니 죄인으로 살았던

일제강점기 이후 그분들의 한이 

저 바다 위에 서린 듯하다.

누군가는 엄마가 보고 싶어 필시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쳐 가려했을 것.

지금은 섬과 육지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석화, 꼬막의 달큰한 맛과

피어린 설움은 한 묶음이라니.

남도는 그래서 늘 여러 가지 상념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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