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피차 < Life 레시피 >
아침에 따뜻한 차 한잔이 정말 좋다.
복잡하고 분주했던 날들을 뒤로 하고 홀로 오롯이 거실에 앉아 마시는 차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다.
내가 차를 즐겨 마시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사실 그보다는 차를 내리고 마시고 하는 일련의 일들을 수행하는 동안 왠지 모를 안정감과 평안함을 느끼기 때문일 게다. 한 동안 커피에 빠져 드립에 필요한 용품들을 사 들였다. 거기에 더 나아가 더치커피 메이커를 사고 난리였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얼음이 가득한 더치커피는 맛도 맛이지만 손수 내려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커피를 내리고 예쁜 병을 고르고 예쁘게 포장해서 내 마음을 전달하는 의식이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었다.
그런데 내 허약한 위장이 아프다고 소리를 치는 바람에 거의 1년을 안 마시고 있다. 대신에 차를 마신다. 한동안 커피를 못 마신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ㅠ. 그 대신에 쌉싸름한 보이차, 달달한 모과차와 대추차, 보약일 듯한 쌍화차, 캐모마일 등등…
요즘은 귤이 제철이기 때문에 ‘귤피차’을 직접 만들어 마신다. ‘귤피차(귤皮茶)’는 귤껍질로 만든 차다. 요즘처럼 귤이 한창일 때 먹다 남은 귤껍질로 차를 만들어 마시는 일은 내게 또 다른 재미에 빠지게 한다. 인터넷에 뒤져보면 영양학 적인 면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사실 영양학 적으로 얼마나 좋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ㅋ. 그러나 하얀 찻잔에 노랗게 물든 귤피차를 담아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다 보면 세상 시름을 다 잊는 듯 ㅋ.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에 딸에게 남겨 줄 유산으로 <Life 레시피>를 쓴 지 여러 계절이 지났다.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지만, 과연 이다음에 딸아이가 나처럼 ‘귤피차’를 즐겨 먹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엄마의 딸로서 혹여 이다음에 엄마 나이 즈음에 ‘귤피차’가 그래도 생각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귤피차’ 만드는 레시피를 알려 주기로 했다 ㅎ. 아직은 귤피차의 맛은 잘 모르겠지만 이다음에 엄마 나이가 되었을 때 ‘귤피차’ 한 잔을 마시며 엄마가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 평온함과 안정감을 느끼면 좋겠다. 그 여유로움을 ㅎ. 분주함 속에서 잠시나마 차 한 잔으로 삶의 여백을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 ‘귤피차(귤皮茶)’란 말 그대로 귤껍질로 만든 차를 의미한다. 따라서 귤껍질을 따뜻한 물에 끓이거나 담갔다 먹는 것으로, 귤을 살 때 가능하면 무농약 귤을 사는 것을 권한다. 그러나 무농약 귤이 아닐 때는 물 : 소주 : 식초 = 1 : 1/10 : 1/10 비율로 희석하여 20분 정도 귤을 담가둔다. 20분 뒤에 건져서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뒤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잘 보관해 둔다.
* ‘귤피차’를 만들 때 나만의 노하우는 한 번에 귤껍질을 다 까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귤을 먹을 때마다 그때그때 건조해 두었다가 한꺼번에 덖는다.
노란색의 ‘귤피차’를 만들기까지
재료는요…
귤 10개 정도(속살은 맛있게 먹고 귤껍질만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요~
1. 귤껍질을 가위를 이용해 채를 치듯 자른다
(칼로 해도 되지만 칼보다는 이 방법이 내겐 더 효과적이라 이처럼 한다).
2. 넓고 평평한 접시에 1을 펼쳐 놓는다.
3. 2를 젠자레인지에서 약 4분 정도 돌려 말린다(사실 햇볕에 말리면 더 영양 면에서 좋다고 하는데 가끔 바짝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필 때가 있어 먼저 전자레인지에 돌려 수분을 없앤다).
4. 3을 햇볕에 말린다
(이때도 실외에서 말리면 더 좋겠지만 먼지 때문에 햇볕이 잘 드는 실내 창가에서 말린다).
5. 위의 과정을 거쳐 귤껍질 분량이 약 10개 정도가 되면 깊이가 있는 프라인팬에 덖는 과정을 한다. 이때 ‘덖는다’는 표현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볶는 것을 말한다.
6. 처음부터 약불에서 프라이팬을 예열을 한 뒤, 약불에서 약 5분 정도 계속 덖는다. 불 조절이나 시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귤껍질이 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7. 다 덖은 후, 얼른 넓고 평평한 그릇에 6의 귤피를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프라이팬에 남아 있던 잔열에 의해 귤피가 시꺼멓게 탈 수도 있기 때문이다.
8. 7이 다 식은 뒤, 유리병에 담아 보관한다. ‘귤피차’가 잘 덖어졌다면 한 여름에 차가운 ‘귤피차’로 마셔도 아주 훌륭하다!
귤피차를 마시며 삶이 평안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