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일기 1 >
주님!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은 어떻게 보면 참 얄미운 사람입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말이죠. 물론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판 형 에서가 더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장자의 축복을 받기 위해, 그것도 엄마 리브가와 함께 속삭거려 아버지 이삭을 속인 사실은 아무리 봐도 잘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형 에서를 두둔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속았다는 사실에 형 에서는 무지 화가 났을 거라는 것이죠. 아마 저라면 에서보다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화가 잔뜩 난 형 에서의 눈을 피해 야곱은 하란으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큰 일가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라헬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녀의 아버지 라반에게 온몸을 받쳐 충성을 다했습니다. 글쎄요... 자기가 라반에게 무리한 노동, 일종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까요? 착취를 당하고 있는 억울한 자신의 모습과 라헬을 사랑하는 두 마음속에서 늘 갈등하지 않았을까요? 수많은 세월 앞에서 야곱은 늘 고통과 갈등 속에 살았을 것이고, 때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울부짖지 않았을까요? 그러는 동안 야곱의 믿음이 점점 더 성숙해져 갔을 테고, 그로 인해 인격적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아무리 믿음이 좋아지고 인격적으로 성숙되었다 하더라도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던 같습니다. 고향에는 형 에서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죠.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던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난다는 사실이 몹시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아마 나라도 손이 벌벌... 심장이 쿵쾅쿵쾅... 할 정도로 무서웠을 거예요. 혹여 형 에서가 자신과 자신의 일가를 만나자마자 헤치지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을 겁니다. 아마 야곱도 알았을 거예요. 자신의 잘못이 얼마나 큰 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형 에서를 만난다는 것이 두려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갔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에요 ㅎ. 잘못을 하고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ㅠ.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 맞추고 서로 우니라(창세기 33장 4절)
그러나 야곱의 걱정과 달리 형 에서는 동생 야곱을 만나자마자 헤치기는커녕 안고 입을 맞추며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거예요. 기적이 일어난 거죠!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그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매 야곱의 허벅지 관절이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어긋났더라(창세기 32장 24, 25절)
주님!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그 두려움에서, 공포에서 야곱은 그 어떤 다른 것에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았다는 거예요. 그런 야곱의 믿음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이미 형 에서의 마음을 몽글몽글 만져놓으신 건 아닐까요? 그렇죠! 맞죠! 야곱은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로 남아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자신의 허벅지 관절이 어긋날 정도로 야곱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저는 야곱의 기도가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즉시 응답을 해 주신 것이라 믿고 있어요.
또...
아주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주님. 그냥 들어주세요 ㅎ.
수많은 세월 동안 이방 땅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며 믿음은 물론이거니와 인격적으로 성장한 야곱만큼이나, 성경 말씀에는 나오지 않지만 에서 또한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깎일 대로 깎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여하튼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던 야곱은 그 해답을 하나님에게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기특하게도 ㅎ. 정답을 알고 있던 야곱은 홀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허벅지 관절이 어긋날 정도로 말이에요. 저도 교통사고로 무릎 관절이 어긋나서 수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야곱의 간절함이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보다 더 절절하게 느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야곱이 기특하게 느껴진 나머지 분노에 찬 형 에서의 마음에서 그 분노를 없애 주시고 사랑의 마음을 넣어 주신 건 아닌가요? 제 생각에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제게 그랬듯이 분명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형제간의 갈등을 없애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점에서 제가 가장 부러운 것은 야곱의 신실한 믿음입니다.
제 눈에 아무리 얍삽해 보여도 오로지 하나님만 의지하고 하나님께만 기도하면서 답을 찾는 야곱이 정말 부럽습니다. 사실 저는 위기 앞에 서면 야곱처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기보다는 숨기에 급급하니 말이에요ㅜ. 저도 야곱처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주님! 그런 믿음을 가진 야곱이 참 부럽습니다. 야곱처럼 살고 싶습니다. 야곱을 닮고 싶습니다.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며 내게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예레미야 29장 1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