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만들기 < Life 레시피 >
일상으로 돌아왔다.
언제 이렇게 평온했는지… 오랜만에 맛보는 평온이 이리 좋을 줄 ㅎ.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송어>가 이리 좋을 줄 ㅎ.
오랜만에 창밖의 먼 산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이리 좋을 줄 ㅎ.
마치 덜컹거리는 빈 수레를 타고 포장되지 않은 시골길을 마구 달린 듯하다. 거실 가득 들어와 있는 따뜻한 햇살 속에서 그동안 정신없다는 핑계로 잠시 쉬고 있던 <Life 레시피>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무엇부터 쓸까 고민하다 어차피 딸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어야겠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한 터라 우선은 요리 레시피부터 다시 시작~~~.
그림동화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글 채인선/그림 이억배)>를 읽으며 과연 딸이 손수 만두를 해먹을지 의구심이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직접 만두를 만들어 먹을 날이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 ㅎ)에 <만두 만들기> 레시피를 적어보고자 한다. 나 또한 내가 만두를 혼자서 빚을 거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지만, 갑자기 만두를 빚고 있는 나를 보면서 딸도 어느 날, 갑자기 만두를 빚고 싶은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나 혼자 만두를 직접 만들어 본 건 딱 한 번뿐이다. 2024년을 시작하는 겨울, 2월에 냉장고를 열다가 묵은 김치가 눈에 들어왔고, 신 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라고 고민하던 중에, 어릴 적 엄마와 하루 종일 만두 빚던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신문물인 ‘음식 짤순이’를 산 덕분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호기롭게 <만두 만들기>라는 거대한 작업에 돌입했다. 만두소에 들어갈 재료들을 손으로 직접 짜야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니 보다 더 쉽게 만두를 빚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림동화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만큼 온 동네가 떠내려갈 정도로 잔치를 벌이진 않아도, 음악을 틀어놓고 조용히 혼자 빗는 <만두> 또한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재미난 놀이이다.
그 재미난 놀이를 한 번 풀어보려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냉동 만두피를 실온에서 해동시켜 놓아야 한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에서는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드는 장면이 있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는 외할머니가 주로 밀가루로 만두피를 직접 만들었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우리 엄마도 만두피를 사다 썼다. 사실, 만두피를 직접 만들어 만두를 빚는 것이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것까지 하기에는 에너지가 없어서 ㅠㅠㅠ. 혹여 나중에 시간이 되면 밀가루를 이용해서 만두피를 만드는 것도 소개해 볼까나??? 글쎄…
만두 속에 들어갈 만두소 재료들을 먼저 준비한다.
묵은 김치 2쪽, 단단한 두부 2팩, 돼지고기(등심) 300g, 숙주 500g, 부추 100g, 양파 1개, 대파 한 뿌리, 빻은 마늘(2 밥숟가락), 빻은 생강(1 찻숟가락), 후추, 참기름, 깨소금, 달걀 1개
각각의 만두소 재료들을 손질해야 한다.
1. 묵은 김치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만약에 빨간 김치 만두소를 원한다면 물에 씻지 않고 김칫국물만 꼭 짜서 쓰면 된다. 나는 빨간 만두소보다는 하얀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약장수 마음대로 ㅋ.
2. 정육점에서 갈아온 돼지고기에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생강즙, 후추, 참기름으로 밑간을 해 둔다. 가끔 소고기로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약장수 마음대로 ㅋ.
3. 숙주를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고 물을 약간 넣어 살짝 삶아낸다. 숨만 죽을 정도로 살짝만 삶아내야 한다.
4. 1의 김치를 곱게 다지는데, 너무 다지면 씹는 맛이 없기 때문에 약 0.5mm 정도의 굵기로 다진다.
5. 4의 김치를 신문물인 ‘음식 짤순이’에 넣고 꼬옥~ 짠다.
6. 3의 숙주를 ‘음식 짤순이’에 넣고 꼬옥~ 짠다.
7. 두부를 으깬 뒤, 6의 방법으로 꼬옥~ 짠다.
8. ‘음식 짤순이’에서 짜낸 김치, 숙주, 두부와 함께 밑간을 한 돼지고기, 부추, 곱게 다진 양파, 달걀, 대파, 생강, 후춧가루, 참기름, 참깨를 넣고 골고루 섞이도록 잘 섞어준다.
9. 간은 각 자의 입맛에 맞게 소금으로 맞춘다.
만두 빚기
옛날 말에 ‘만두를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기 나름 ㅎㅎㅎ.
1. 해동된 만두피 가운데에 만두소를 숟가락을 이용해서 수북이 올린다.
2. 동그란 만두피를 반달이 되도록 반으로 접는다.
3. 접힌 부분이 잘 붙도록 물을 묻혀가며 꼭꼭 눌러 붙인다. 이 상황에서 완성해도 무난하다.
4. 하지만 더 한 단계 업그레이 해 보자.
양쪽의 끝 부분에 물을 묻혀 양쪽 부분을 붙이면 위의 표지 사진처럼 손만두가 완성된다.
만두 보관하기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에서처럼 만두를 만들어 그 자리에서 먹기 위해 팔팔 끓는 물에 만두를 삶을 수도 있다. 이 방법 외에도 찜기에 쪄서 먹을 수도 있고, 기름에 튀겨 먹을 수도 있다. 이것 또한 각 자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 곧바로 먹지 않을 때는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떡만둣국> 등의 요리로 사용해도 Good!이다.
단, 냉동실에 보관할 때는 큰 쟁반에 차곡차곡 쌓아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해야 하고, 층층이 쌓을 때는 비닐랩이나 쿠킹포일 등을 이용해서 보관한다면 다음에 쓸 때 보다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점점 겨울이 깊어만 가고 있다.
뜨끈한 육수에 직접 만든 만두를 넣은 <떡만둣국>, 이보다 더 큰 호사가 따로 없다.
이보다 평온할 수가 없다 ㅎㅎㅎ.
* 그림 출처 : 채인선 글/이억배 그림(재미마주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