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춤을 추다

< Life 레시피 >

by 이숙재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거실 가득히 울려 퍼진다.

클래식을 잘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비발디의 사계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마자 오래된 익숙함 때문인지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그 익숙함이 이 아침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그 익숙함이 때론 삶을 지루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영국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그 지루함 때문인지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미니멀리즘으로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곡으로 탄생시켰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곡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클래식 부문에서 다운로드 차트 1위를 차지한 것만 보아도 알 일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익숙함도 좋아하지만 하도 요사스러운 나머지 좀 더 신선하고 좀 더 쇼킹한 것들을 찾아 헤매는 것도 사실이다. 내 귀에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는 언제나 들어도 좋지만 나 또한 그 익숙함 때문인지 약간은 식상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한 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자리하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것을 아무리 찾아다녀 보았자 도긴개긴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ㅋ. 어떻게 보면 그래도 제일 첫 번째 것이 제일 낫다는 ㅎ...


이른 아침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면서 그 익숙함에 감사하다.

늘 변함없이, 늘 한결같이 현관문을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남편의 그 익숙함.

막스 리히터만큼은 아니어도 그래도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늘 신선한 것을 좋아하는 내가 한결같이 남편을 싫증내지 않고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좀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ㅋ.


언제나 새 옷으로 갈아입고 그 옷에 걸맞은 가방을 갈아 메고, 그 옷에 걸맞은 신발을 갈아 신으려고 하는 내가 언제나 내 옆에는 다른 남자가 아닌 오직 단 한 사람, 내 남편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ㅎ.

이 아침 내 귀에 익숙한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가 나를 춤추게 한다.


https://youtu.be/j5My1SnYXjY?list=RDj5My1SnYX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