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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May 15. 2016

미얀마, 마지막 엘도라도

양곤 2014년 9월 8일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화려한 황금 사원

하지만 그들의 신은 군부의 금고만을 채웠고 사람들은 괴롭고 힘든 삶을 지속하고 있다.


마지막 엘도라도라는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지만 인구나 경제적 지위로 보아도 수도의 역할을 하는 곳은 양곤이다. 또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원인 쉐다곤 파고다가 양곤에 있다. 단 하나의 사원을 장식하는데 들어간 금이 54톤에 다이아몬드가 1,800 캐럿이라 한다.


다음 세상은 좋을 것이니 지금 세상이 괴롭고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어 내라는 종교의 지배가 너무 과한 나라인 듯하다. 종교의 그림자가 커졌지만 그들의 신은 소수에게만 그 혜택을 나누어 줄 뿐이다. 부패한 군부만 배 부르고 주민들의 삶은 힘들다. 선하고 남을 탓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받는 고통을 묵묵히 참고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 차량의 운전석이 오른쪽인데 차는 우측통행을 한다. 수입되는 중고차량이 일본에서 많이 들여오는 까닭이다. 물론 중앙선 구분이 된 곳도 드물다. 아무리 봐도 그림 같은 문자들이 신기하고 166일째 농성 중인 철거민들이 보인다. 도저히 더 탈 수 없을 것 같이 빽빽한 버스에 사람들이 계속 들어간다. 낡을 대로 낡아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시장 안 그들 사이에서 먹는 400원짜리 국수, 천 원짜리 밥, 더 이상 쌀 수 없을 것 같은 과일들은 맛있다. 


한국과의 교역이 늘어나는지 이대목동병원과 과학수사연구원을 왕복하는 6624번 시내버스가 표지판을 그대로 단 채 운행되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 열광한다. 단 4개뿐인 채널은 군사 정권을 홍보하는 방송들이 계속되지만 4개 채널 중에 적어도 한 곳은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한국 배우의 이름을 묻는다.


다행히 미얀마는 앞으로의 경제 전망이 가장 좋은 나라 중 하나이다. 석유, 보석, 광물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바다를 접한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까닭에 향후의 성장률은 더 클 것이라고 한다. 여행 후인 2015년 미얀마는 53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어 냈다. 군부에 대항해 밀림의 전사가 되었던 이들도 이제는 모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미얀마 땅에는 또 한 명의 체 게바라가 있었다. 편안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청년 레지스탕스가 되어 밀림으로 떠났던 닥터 '나잉옹'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미얀마-태국 국경지대에서 민주화 운동을 열망하는 젊은이들을 규합하여 민주화 전선의 리더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가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민하였다는 6가지 질문이 단지 그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왜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나?'

'왜 교과서는 내가 바깥세상에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내가 질 수 있단 말인가?'

'누가 누구를 선택하는가? 내 삶을 내가 선택하는가? 아니면 내 삶이 나를 선택하는가?'

'오직 환자의 건강에 대해서만 물을 뿐,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묻지 않는 의사가 될 수 있을까?'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 수 있을까?'


나 또한 나만의 질문을 만들고 스스로 대답을 찾아가고 싶다. 물론 다른 대답이 될 것이다. 삶에 있어 정답은 없다. 그처럼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다른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다만 그만큼의 고민은 필요할 것이다.


폭우를 피하러 낮술을 하고 지갑을 잃고 마술에 속아 환전 사기를 당하는 등 이런저런 일 많았던 도시로 기억될 듯하다.


부족하고 낡은 건물들로 인해 양곤은 현재 부동산 경기가 뉴욕 보다도 심하다 한다.
그림같은 문자
철거민들의 농성장
양곤의 중심지  술레 파고다
양곤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순환열차 철로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쉐다곤 파고다
우기에는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하지만 2~3시간의 정도의 폭우
양곤의 번화가 - 주요 외국 회사들의 상가들이 위치한 곳이다.
타 도시를 가려면 이용해야 하는 버스 터미널 - 회사별로 따로 따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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