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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May 15. 2016

거대한 호수가 모두를 품다

인레 호수 2014년 9월 11일

22Km - 11Km의 인레 호수

거대한 호수가 사람을 낳고 모두를 품고 있다.


호수의 물고기를 잡고, 호수 위에서 수경 재배를 하고, 호수의 식물로 옷을 만들고, 생담배를 말고, 투어 가이드와 숙박업 등 모든 것이 호수에서 나고 호수가 제공하는 것들이다. 호수가 사람을 낳고 호수가 사람을 키운다.


인레호수 위를 도는 보트 투어가 있다. 그 호수 안의 소수민족들이 살아가는 마을과 시장, 사원들을 둘러보는 투어이다. 소수민족들의 가정도 방문하고 생담배를 마는 공장, 베틀로 옷감을 짜는 곳 등을 돌다 보면 하늘과 호수에 비친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들의 삶이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무지개가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삶의 모습 닮아서 더 어여뻐 보인다. 전혀 다른 세상 하나가 그곳에 있다.

 

해발 88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인레호수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길이 22km, 폭 11km의 크기로 호수 위의 수상마을만 17곳이 있다. 미얀마에는 160여 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동북부의 샨 지방에 위치한 인레 호수 주변에는 샨족, 인타(Intha)족, 파오(Pa-o)족이 거주한다. 


인레 호수의 주인은 인타족이다. 장대로 물을 내리치며 새벽을 알리고 한 발로 노를 저으며 호수에서 살아간다. 미얀마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인타족의 75%인 8만여 명의 인타족들이 인레 호수에 기대어 살아간다. '인타'는 ‘호수의 아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인타족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호수를 떠나지 않는다. 티크나 대나무를 호수 바닥에 꽂아 기둥을 세운 뒤 수상가옥을 만든다. 수상가옥에서 살고 호수 위의 밭을 일구고 수상학교를 다닌다. 호수 위에서 수경 재배하는 토마토 등의 채소를 인근 고산족들과 물물교환을 한다. 물레와 베틀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무명·비단 옷감은 미얀마 각지로 팔려나갈 만큼 유명하다.


호수 가운데 파웅도우 사원은 호수 사람들에게 사랑방이다. 오가는 사람들의 중간 휴식처이고 사람들은 사원 경내에서 낮잠을 즐긴다. 분홍빛 가사를 입은 ‘띨라신’(비구니)과 ‘폰지’(비구)와 마주한다. 매년 가을이면 이 사원의 부처를 배에 태우고 호수를 순회하는 파웅 도우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사원 인근에 5일장도 들어선다. 인근의 고산족들까지 모두 모이는 시간이다. 장터에 나서는 여인들은 하얀 피부를 위해 천연 자외선 차단제 '타네카'라는 나무 가루를 바른다. 소수 민족들의 시골 장터지만 없는 게 없다. 어느 집 아낙이 짰을 듯한 무명 옷감부터 칼, 농기구 같은 생필품들까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인레호수에서 만난 흔적들은 모두 상상 밖의 모습이다. 그리고, 미얀마는 순박하다. 소수민족들의 순수한 삶이 그 안에 녹아 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는 호수와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절대적 가치는 없다. 상황에 따라 인식을 재구성할 뿐이다. 무엇이 가장 좋고 무엇이 가장 나쁜지를 정한 후 그 사이사이에 나머지 가치들을 배치한다. 그것이 '개인의 생각과 삶의 폭'이다. 모두들 자신이 본 것과 경험한 것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것'과 '가장 나쁜 것'을 정해 나갈 것이다. 딱 거기까지 자신의 세상이다.


3모작이 가능한 곳이지만 벼를 씨뿌리기 형태로 재배하고 있다.
어부들 - 배 위의 도구를 물 속에 내렸다 올리는 형태로 고기를 잡기도 하고 장대를 내리치기도 한다.
수상 가옥들
호수 가운데에 위치한 파웅도우 사원
신도들은 불상에 금종이를 붙이는 시주를 한다.
옷감을 짜는 소수민족
수경 재배 농장
호수에서 만난 무지개
초등학교
보트 투어 중 비가 내려 급히 돌아오며 찍은 호수 - 왼쪽은 화창하지만 오른쪽에 무지개가 보이고 앞쪽은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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