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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May 15. 2016

수천의 사원과 탑

바간 2014년 9월 14일

수 천의 사원과 탑이 숲 안에서 자리 잡고 앉아 있다.

하지만 영광의 그림자는 짧고 모든 것은 사라져 간다.


쉐산도 파야 위에서 저녁노을과 함께 하는 풍경을 본다.


수많은 사원과 탑들이 태양의 붉은빛에 물들고 푸른 숲이 그들을 감싸고 있다. 종교와 권력의 산물이지만 숲을 해치지 않고 수 천의 사원과 탑이 숲 안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느낌이다. 셀 수 없는 숫자의 사원과 탑들이다. 대표적인 사원들만 돌아본다는 것도 힘든 일정이다.   


이 많은 사원은 모두 11~12세기의 짧은 기간에 지어진 것들이다. 이 많은 탑과 사원들을 만들었던 왕조도 곧 무너졌다. 짧은 영광의 그림자다. 영원한 것은 없다. 대부분의 사원들이 버려진 건물들이고 허물어져 간다.


분자들은 서로 떨어지려고만 하고 쏟아진 잉크 방울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에너지는 비가역적인 방향으로만 변한다.'는 엔트로피 법칙이 있다. 사용 가능한 것들은 사용 불가능한 것들로만 변하고, 질서 있는 상태는 무질서한 상태로만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욕심은 단 기간의 영광이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고 또 영원하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 초라한 욕심의 잔재가 뒹굴고 있는 곳이다.


바간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길은 아예야르와디 강의 유람선을 이용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유람선이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저녁 8시가 넘어 만달레이에 도착한다. 하지만 일출부터 일몰까지 끝없는 숲들이 위안을 준다. 자의가 아닌 한가로움과 느림의 미학을 느껴 본다.


쉐지곤 파야
구뱌욱지
나가용
바간과 만들레이를 왕복하는 유람선이 뒤에 보인다.
아예야르와디 강의 일출
그리고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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