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루루 - 카타쥬타 국립공원 2015년 9월 11일
높이 330m, 둘레 8.8km의 거대한 바위가 있다.
원주민들에게 '세상의 중심'을 표시하는 거대한 표지석이었다.
해발고도가 867m, 바닥부터의 높이 330m, 둘레 8.8km의 거대한 바위가 있다. 시간에 따라,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하루 7차례의 다른 빛깔을 볼 수 있다. 수억 년 전 지각변동과 침식작용으로 생성된 것으로 단일 바위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바위 주위를 걸어서 돌려면 네 시간이 걸린다.
호주의 초대 수상인 헨리 에어즈(Henry Ayers)의 이름을 따서 '에어즈 록'이라고도 불리지만 본래 원주민의 표현으로는 '그늘이 지난 장소'라는 뜻의 '울루루(Uluru)'이다. 원주민들을 애버리진(Aborigine)이라 부르는 것도 영국인들의 표현이고 '쿠리(koories)'라고 부른다.
울루루의 서쪽으로 30km 떨어진 지점에는 돔 모양의 기암들이 늘어선 카타쥬타(1,069m)가 있다. '올가산'으로 불렸으나 원주민의 노력으로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1958년 호주 정부가 울루루와 카타쥬타를 묶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 토지의 소유자는 원주민들이라 협상 끝에 2084년까지 호주 정부가 토지를 임대하였다.
원주민에게 울루루는 예로부터 신성한 지역이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울루루를 세상의 중심으로 조상들이 모이는 성스러운 곳 즉 '이와라'라고 믿었다. 건조한 평원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울루루는 호주 대륙의 거의 중앙이다.
바람에 실려 온 모래가 암석을 깎아내렸다. 비라도 내리면 측면의 홈을 따라 폭포가 형성되어 쏟아진다고 한다. 바위의 색깔은 정말 장관이다. 시시각각 바뀌는데, 일출에는 오렌지색, 이른 아침에는 적갈색, 정오에는 호박색, 그리고 해질 무렵에는 짙은 선홍색으로 빛난다.
바위 안 쪽의 메기스 프링스라고 하는 연못을 원주민들은 '무티츌루'라고 부른다. 연못에는 일 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다. 원주민들은 이 연못에 사는 물뱀이 바위를 지키는 수호자라고 믿었다. 원주민들은 사막 가운데 있는 이 연못에 물을 찾아 모이는 동물들을 부족 모두가 모여 입구에서부터 모는 방식의 사냥을 하며 살았다. 울루루는 단지 신성한 곳이 아닌 그들의 삶이 되는 곳이었다.
보통의 호주 여행은 해안 지역에 한정된다. 익숙한 관광 거점들이 거의 모두 해안에 접해 있다. 이들 도시를 벗어나 내륙 쪽으로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도 황량하기 그지없는 '아웃백(호주의 오지)'이 펼쳐진다. 호주를 느끼기에는 아웃백 탐험이 필수다. 해안 풍경과 도시문화에, 아웃백 탐험이 더해져야만 호주 여행을 완성된다.
호주 아웃백의 상징이 바로 울루루와 카타쥬타다. 울루루는 호주 대륙 정중앙의 사막지대에 자리한다. 끝없이 펼쳐진 진홍빛 모래사막과 그 사막 한가운데 홀로 우뚝 솟은 바위산이 잠자는 영혼을 깨우는 곳이다. 흔히 앨리스 스프링스나 에어즈락에서 투어를 통해 울루루를 만난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캠핑이 포함된 투어로 사막에서 보는 별의 향연은 덤이다.
멀리에서 찍은 바위 사진으로만 보아온 울루루는 다가가면 산이 되고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가까운 곳에서 보는 울루루는 붉은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보인다. 바위 표면의 철분이 산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녹이 슨 쇠붙이 파편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바위가 파편이 되어 무너져 내리는 듯하다. 바위의 파편을 만져보고 바위 사이에 있는 원주민들의 벽화를 보고 카타쥬타 바람 계곡의 바람도 느낄 수 있다.
'지구의 배꼽', '세상의 중심'
호주를 떠나 본 적이 없는 원주민들에게 이 울루루는 '세상의 중심'을 표시하는 거대한 표지석이었다. 이 바위가 한국인에게 유명해진 것은 한 편의 일본 영화 덕분이다. 한국인에게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정서를 다시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일본어: 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는 2001년 간행된 소설로 2004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후 텔레비전 드라마화, 만화화, 라디오 드라마화, 연극화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파랑주의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고 리메이크된 영화가 다시 일본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개봉될 때의 한국 영화 제목은 '나의 세상의 중심은, 너다.(일본어: 僕の世界の中心は、君だ)'이다.
소설은 '잘 팔린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라 할 수 없다'라는 아마존의 평을 들을 정도로 평가가 높지 않았지만 영화와 드라마 등은 엄청난 흥행을 이루어 냈다. 영화 개봉 이후 일본에서는 ‘세카츄’라는 줄임말이 유행어가 되고, '세카츄 붐'이라는 사회 현상이 되었다. 나도 정서에 공감한 것인지 여러 번 본 영화가 되었다.
처음에는 아키(여자 주인공)와 사쿠(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정서를 느꼈지만 보는 횟수가 늘어 갈수록, 아니 나이가 먹어 갈수록 리츠코(사쿠의 현재 여자 친구)의 편이 되어 가는 것이다. 리츠코의 정서를 가지고 영화를 다시 보면 영화는 새드 엔딩을 넘어서는 잔인한 영화일 수도 있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인해 잊혀야 하는 것이다. 영화는 주연과 조연이 있지만 세상에는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주인공인 수많은 스토리가 해피 엔딩과 새드 엔딩을 반복하며 이어진다. 언젠가 사랑은 다시 또 올 것이고 그 결말을 미리 정하거나 바라고 싶지는 않다. 어느 쪽이던 그때의 나에게 그냥 맡겨야 한다.
그 커다란 바위 아래 나의 지나간 감정들을 모두 묻어 버리고 왔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