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그레이트 오션 로드 2015년 9월 7일
보행자를 위한 쉴 곳을 넉넉히 만들어 놓은 ‘정원의 도시’이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 대부분의 1위를 차지한다.
호주의 수도는 어디일까? 1900년에 호주 연방이 출범하고 수도를 정해야 하는데, 시드니와 멜버른 간에 엄청난 지역 싸움이 벌어졌다. 이 의미 없는 싸움이 7년을 끌게 되고, 결국 타협안은 중간 지점인 지금의 캔버라에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시드니가 가장 유명한 곳이지만 호주 사람들에게 멜버른은 그런 정도의 도시이다. 1956년 남반구 최초로 올림픽을 개최한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는 19세기의 골드러시와 두 번의 세계 대전 후에 난민을 수용하며 많은 이민을 받아왔다. 인구의 74%가 앵글로 색슨계, 19%가 다른 유럽계, 5%가 아시아계이다. 하지만 호주인들은 중국인 등 아시아계 저임금 노동자들이 호주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협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그 백호주의는 1973년이 되어서야 철폐되었다.
멜버른은 차이나타운, 베트남 거리, 이탈리아 거리 등 각 나라별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음식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각국의 요리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생활수준 환경, 안전하고 편안한 그리고 영어가 공식어인 것도 이민 대상자에게 인기 있는 이유이다.
여러 방송사나 기관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뽑으면 이 곳 멜버른이 대부분 1위를 차지한다. 사계절이 있는 기후, 공원이 가득한 공간, 너무 번잡하지 않은 도심,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 멀지 않은 해변... 게다가 멜버른은 호주 내에서 교육과 예술의 도시로 불린다.
호주와 한국의 생활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드는 것은 교육 제도와 최저임금이다. 호주에는 'TAFE'라는 것이 있다. TAFE는 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의 약자로 기술 전문대학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의 전문대학과 비슷하지만 TAFE는 훨씬 기술적인 분야에 집중한다.
한국의 거의 모든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진학을 원한다. 이에 반해 호주의 학생들은 4년제 대학인 University보다 기술을 배울 수 있는 TAFE를 선호한다. 기술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우대하고 보수도 높은 편이다. TAFE에서 공부하여 기술 관련 직업을 갖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또, 호주의 고등학교는 본인이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경우에는 1학년을 마치고 조기졸업이 가능하다. 조기졸업을 하고 1~2년 정도의 기술 교육을 받은 후 바로 일을 시작한다. 정규 교육 과정을 받고 4년제 대학을 입학한 친구가 졸업할 때가 되면 그 친구들은 이미 4~5년의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되어 있고 그 수입은 한국의 대기업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가 된다.
그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가 호주는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높은 임금이 다른 교육제도를 만들었고 한국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으로 구분되어 버렸다. 이 곳에는 당연히 사교육이 없다. 이 곳의 부모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좋은 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TAFE는 주정부가 운영하고 투자하는 만큼 규모가 크다. 전공에 따라 사립 College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립 College보다 양질의 교육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주의 경우 통합되어 운영되는 TAFE가 주마다 하나씩 운영되고 있지만 멜버른은 캉간 Institute, 박스힐 Institute, 윌리엄 앵글리스 등 각 학교의 고유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멜버른은 호주에서 교육의 도시로 불린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은 곳이다.
골드러시 시절 만들어진 유럽풍의 건물, 교회, 성당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현대식 건물도 저마다 나름대로의 테마를 가진 듯하다. 건축물의 다양성이 문화, 인종의 다양성을 따르는 것 같다. 미국의 도시를 많이 닮은 시드니에 비해 멜버른은 유럽식 분위기를 갖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도시 곳곳을 잇는 촘촘한 트램 라인이다. CBD라 불리는 센트로 지역은 트램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호주는 도시마다 교통카드의 사용 방법이 다르다. 시드니는 일주일 8번 후 무료, 골드코스트는 일주일 10번 후 무료, 멜버른은 하루 2번 후 무료다. 생각에 따라 다른 곳의 교통카드가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교통 방식을 처음 만든 곳이 멜버른이라고 한다. 멜버른이 먼저 시행한 후 다른 도시가 비슷한 정책들을 만든 것이다.
교통카드 정책을 그렇게 만든 이유가 '도시 내에서 생활하는 근로자의 생활 방식에 맞추어 지원하는 것'이라 하니 호주의 노동 정책은 아무래도 한국보다 좋을 듯하다. 실제 대화 중에 나오는 호주인들의 생활 방식도 우리에 비해 좀 더 노동자 친화적이다. 근무 시간에 5분이 초과되었다면 1시간의 시급을 더 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이 곳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만나는 모든 호주 사람들이 '멜버른은 꼭 가라'라고 이야기한다. 시드니에 유명세는 밀리는 것 같지만 호주 사람들은 시드니보다 멜버른을 더 좋아하는 듯하다. 320만 명이 사는 대도시지만 넓은 공원과 함께 하는 걷기를 위한 도시인 듯하다. 어디를 가도 보행자를 위한 쉴 곳을 넉넉히 만들어 놓은 ‘정원의 도시’이다.
그리고, 멜버른을 방문했다면 꼭 가야 하는 곳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이라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이다. 서핑을 즐기기에 알맞은 해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해안선 및 절벽들이 있다. 멜버른에서 오전 일찍 출발해서 이른 저녁 돌아오는 하루 투어를 이용하거나 자동차 여행으로 여유 있게 볼 수 있다.
영화 '폭풍 속으로'의 마지막 장면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 속으로 뛰어들며 사라진다. 바로 그 장면의 촬영지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입구에 있는 벨스 비치이다. 멜버른에 대한 평가는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린 페트릭 스웨이지의 대사로 하고 싶다.
“Isn’ t that beauti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