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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May 14. 2016

최후의 샹그릴라

야딩 풍경구 2014년 8월 23일

최후의 샹그릴라로 불리는 야딩

나 또한 그중 하나이지만 고이 숨어 있는 걸 왜 그리 기를 쓰고 찾아 가는지? 


여행을 처음 계획하며 티베트를 가고 싶었지만 티베트를 포기하고 정한 목표가 야딩이다. 호텔, 가이드, 차량까지 모두 예약하고 여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 티베트는 홀로 여행자에게는 비용과 일정 문제로 부담이 너무 컸다.


샹그릴라는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이다. 영국의 작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1933년에 펴낸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이란 소설에서 이상향으로 그려진 도시 이름이다. 히말라야에 실제로 존재하는 어느 지역의 지명인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소설 속 가상 도시다. 


샹그릴라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일반 어휘로 영어사전에까지 등재되어 있다. 인류가 이상으로 그리는 완전하고 평화로운 상상 속의 세계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이상향을 발견하지 않을까 하여 히말라야 부근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아시아 오지의 풍경지들은 모두 샹그릴라로 불리고 싶어 한다. 많은 풍경지 중에서 야딩 풍경구는 '최후의 샹그릴라'로 불리는 곳이다. 이어지는 교통편이 많지 않고 오는 길이 험난해 찾는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다. 천 년 전 스위스의 풍경이라 평가받는 곳으로 사람들의 홍수로 퇴색된 중국의 다른 관광지와는 다르게 아직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청두에서 캉딩 그리고 따오청까지 버스로 이틀을 달리고 따오청에서 하루 밤을 지낸 후 빵차를 이용해 들어가야 하는 곳, 대부분 비포장인 4,000m를 넘나드는 길이다. 하지만 그 길에는 4,000m가 넘는 고산들과 양쯔 강 상류 하천들이 눈 부신 풍경으로 이어진다. 물론 고산증 때문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꿈과 현실의 분간이 모호한 시간이다.


야딩 풍경구는 중국 쓰촨 성 르와에 있는 자연보호구역이다. 인도에서 시작한 히말라야가 네팔, 티베트를 거쳐 중국의 쓰촨까지 이어진다. 야딩 풍경구는 사방 1,000여㎞ 안에 3개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3개의 설산이  '품(品)'자형으로 배열되어 있고,  해발 6,032m의 북쪽 봉우리 '셴나이르',  해발 5,958m 남쪽 봉우리 '양마이 융',  해발 5,958m의 동쪽 봉우리 '샤눠둬지'이다.  각 산은 관음보살, 문수보살, 금강보살이라는 불명(佛名)이 붙어있다. 


세 보살님들(만년설 봉우리)과 진주해, 오색해, 그리고 마지막 4,600m의 우유해까지 보았으니 더 이상의 눈 호강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 같다. (여행 후 어디가 가장 아름다웠냐고 묻는 질문에 야딩의 호수, 히말라야의 산, 남아공의 해안을 꼽는다.)


고산증 첫 경험은 정말 강렬하다. 왠지 모를 역겨움에 다 적응했다고 생각했던 중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까지 오면서 비는 오고, 머리가 아프고, 배 고프고, 호흡 곤란에 몸은 천근 만근이다. 오색해에서 우유해로 오르는 마지막 길은 한 번에 20미터를 넘지 못하고 가다 쉬다를 반복하는 그런 걸음이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나타나는 풍경은 그 모든 것을 보상한다.


샹그릴라(본래 '중덴'이라는 곳으로 도시 이름을 샹그릴라로 바꾸었다.)에서 야딩 풍경구로 고속도로가 공사 중이고 야딩에 공항이 있다. 더 쉬운 여행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버스에서 만나 동행이 되어 준 4명의 중국 청춘들, 여행 정보를 제공해 준 르와 G.H. 의 '진'(http://blog.naver.com/june2189)님께 감사를 전한다. (청두에서 만났던 '진'님은 다시 르와로 들어가 G.H. 를 운영하는 것 같다.)


청두에서 따오청까지 이틀을 가는 버스는 점심을 포함한다. 휴게소의 식사는 뷔페(?)지만 맛은 복불복이다. 밤 늦게 캉딩에 도착해 주변 숙소에서 자고 아침 6시에 다시 출발한다.
중국 여행에서 만나는 이런 화장실도 이야기 거리가 된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고 유료(2위안?)다.
양쯔강이 시작되는 하천들
음식도 중국 여행의 재미이지만 이렇게 여러 음식을 시키는 건 홀로 여행객은 드물게 오는 호사다. 동행해준 중국 청춘들 덕분이다.
이런 풍경들이 이틀 동안 계속 된다.
티벳식 가옥들 (따오청의 숙소)
라마교 사원(따오청)
여유로운 야크들. 기회가 있다면 야크 젖이라도 꼭 맛 보아야 한다.
드디어 야딩 풍경구다.
진주해
오색해
우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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