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편애합니다_손한녕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기로 해요. 얼마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좋아할 수는 없을까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을 드러내는 것도 좋아하고, 숨기는 것도 좋아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자연스럽지도 않고, 더구나 상대방이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저렇게 내뱉어버리면 듣는 사람은 그 장소에 맞지 않게 나뒹구는 말들을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언행은 늘 조심해야 한다. 작은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을 말해줄 수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그 사람 전체를 보여줄 순 없지만, 한 번 보고 지나치는 것이 일상다반사인 우리 삶에서는 단편적 행동 하나로 그 사람을 기억하니까 말이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너무 쉽게 사람을 미워하거나 내쳐서 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미운 사람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도 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이 미워 보이는 것이다.
나와 당신의 지난 아픔과 결핍이 우리의 관계를 망치지 않게끔 서로 노력해요. 서로의 작은 구멍쯤은 포근히 안아서 덮어주기로 해요.
결혼을 떠나서 누구와 같이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나를 이루는 과거의 모든 세계와 당신을 이루는 과거의 모든 세계가 만나서 거대한 충돌을 만드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추어 살아가는 것은 상대를 향한 사랑과 이해를 넘어 본인의 부족함을 먼저 아는 자기반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
“엄마가 스무 살 때부터 나중에 혹시 딸 낳으면 주려고 재밌게 읽은 책을 모아놨어.”
인생은 온통 무지갯빛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하루가 행복하면 사흘쯤은 무미건조하고 이틀은 끔찍하게도 불행하다는 것쯤은 알아버렸다. (중략) 언제 다시 달아날지 모르는 그 행복을 있는 그대로 완전히 누리기를, 그 가득 찬 환희로 불행이 돌아올 때까지 온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기를.
편애하지 않으면서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