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_서머싯 몸
“나는 당신에 대한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의 이상이 쓸데없고 진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중략) 당신이 지성에 얼마나 겁을 먹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당신이 아는 다른 남자들처럼 당신에게 바보처럼 보이려고 별 짓을 다했어. 당신이 나와 결혼한 건 편해지기 위해서라는 걸 아니까. 그래도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하략)
“타운센드 부인이 그녀의 남편과 이혼하겠다는 확답을 내게 주고, 법원으로부터 두 사람의 이혼 확정 명령이 내려지고 나서 일주일 안에 그가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내게 서면 동의를 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내 아내와 이혼하라고 요구한다면, 그리고 당신과 결혼함으로써 내 행적에 흠집을 내라고 한다면, 그건 무리한 요구야.”
“위험하단 말이야. 이건 미친 짓이야. 자살 행위라고.”
“그래서 먹는 거예요.”
그는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이제 그녀는 그를 혐오하지도 분노를 느끼지도 않았지만 약간의 두려움과 당혹감을 느꼈다. (중략) 그래도 그는 그를 사랑할 수 없었고, 무가치한 무가치한 인간임이 명백하게 밝혀진 다른 남자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이 이상할 따름이었다.
“알겠지만, 평화는 일이나 쾌락, 이 세상이나 수녀원이 아닌 자신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답니다.”
그녀는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가슴에 수치스러운 비밀을 품고서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피해 평생을 살아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범한 실수를 그 애가 저지르지 않도록 잘 키우고 싶기 때문이에요. 어릴 적 제 모습을 돌이켜보면 제 자신이 싫어요. 난 그 아이를 세상에 던져놓고는 사랑한답시고 결국 어떤 남자와 잠자리를 갖기 위한 여자로 키우기 위해 평생토록 입히고 먹일 생각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