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리거나 조금 빠를 뿐

실수하는 아이, 조는 아이

by 손길


“선생님, 디아나 또 졸아요~”


수업 시간, 한아의 외침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디아나에게 향했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턱에 손을 괴고 앞으로 뒤로 휘청거리며 졸기에 바빴다.


“디아나가 요즘 많이 졸지요?”


내 말에 아이들도 “네~”하고 대답한다.


“디아나가 요즘 잠을 늦게 잔대요. 그래서 어린이들은 일찍 자야 그 다음 날도 즐겁게 공부하고 놀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답니다. 그래도 피곤한가 보네요.”


디아나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외국인으로 부모님은 한국에서 결혼하셨다.디아나의 부모님은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3년 전 쯤 이혼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갔다. 한국에 남은 어머니는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고 계신다.


디아나는 학기 초 한국어 교실 테스트에서 상위 점수를 받아 한국어반 수업에서 빠지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디아나 어머니께서는 걱정이 많으셨다.


디아나는 말수적다. 이해한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비해 말로 표현하는 것을 많이 관찰하지 못했다. 그저 활동 내용을 이해하여 수행하거나 발표하는 수준을 보고


‘아, 디아나 한국어 해득 수준이 여기까지 왔구나.’


판단하곤 한다.


디아나는 늘 종례 후 마지막으로 가방을 정리하는 아이다. 동작이 느리고 다음 활동을 준비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알림장 쓰는 것도 다른 걸 한참 정리하다가 늦게 시작하니 가장 늦게 검사를 받게 된다.


디디아는 주변사람들로부터 “빨리빨리”란 말을 많이 들었을거라 추측해본다. 느리다는게 정리 분야에만 국한된다면 좀 나을까.


1학기 때 돌봄 선생님께서 교실로 찾아 오셨다.


“선생님, 디아나요...바지에 실수를 했어요. 화장실에 갔는데 한참이 지나도 안 와서요..가 보았더니 화장실에서 실수를 하고 울고 있더라구요.”


디아나는 화장실을 다녀 오겠다고 말한 뒤 화장실로 가는 동안 소변을 참을 수 없었다는 거다. 1학년 3월에 혹시나 소변, 대변 실수하는 학생들이 있어 여벌 속옷과 옷을 준비해 두라고 했었다. 하지만 디아나는 그 전 주에도 돌봄교실에 있는 동안 소변 실수를 해서 여벌 옷을 갈아입어 여벌옷이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나는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께서는 급히 디아나를 데리고 집으로 가셨다.


1학기 말이 되어 갈 무렵 디아나는 화장실 실수 없이 일주일을 넘기는 때가 늘어났다.



2학기 들어 디아나에게 닥친 과제는 ‘잠’이다.

반 친구들 말에 따르면 방과후 수학 수업 시간에도 계속 졸기만 한단다. 아마 집에서의 수면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디아나 어머님은 네일아트로 아르바이트를 하신다. 간혹 디아나의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서 네일 아트를 하는 경우가 있으셨다. 늦은 시간대에 손님이 오시면 엄마 자는 시간에 맞춰 자야 하니 8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어찌 견뎌내겠는가.

수면 부족으로 점점 집중력도 학습 의욕도 저하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애쓰시는 디아나 어머니를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이런 카정상황 속메서도 절대 지각하지 않고 단정한 모습으로 등교하는 디아나. 등교 때마다 나에게 자신이 만들거나 그린 작품들을 선물해 주는 디아나. 할머니가 사주신 과자라며 나를 챙겨주는 디아나. a4지로 만든 포장지 안에 방역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선물하는 디아나.


디아나가 선물이라고 나에게 주는 것들을 볼 때마다

나는 엄마가 늦게까지 일하는 동안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는 디아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졸고있는 디아나를 생각한다.


늘 그렇듯이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모든 것들은 아주 조금씩 괜찮아질 것이다.

조금 느리고 조금 빠를뿐

아이들은 곧 자기자리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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