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사건

외국인의 학교생활 적응기1

by 손길


“쿵쿵쿵쿵!!!”


복도 저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가 교실 안까지 들려왔다. 수업 시간에 누가 저리 뛰어다니는 거지 생각하던 찰나 교실 앞문이 벌컥 열렸다.

2학년 우즈베키스탄인 ‘아민’와 시리아인 ‘아바스’다.


“알리~! 이리 와봐~~~!”

“후세인~~!*******”


1학년 교실이 한순간에 술렁였다. 이제 갓 초등학교란 곳에 들어와서 기초생활 적응에 열을 올리고 있는 3월, 1학년 아이들의 ‘집중’은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알리 형이다!!”

“후세인~너희 형 왔어!!”


외국인이라고 모두 의사소통이 어렵고 학교에 부적응하진 않는다. 한국인 친구들보다 더 한국어 해득이 뛰어나고 모범적인 친구들도 있다. 우리반 우즈베키스탄인 알 리가 그렇다. 반면 시리아인 후세인은 아직 한국어도 서툴고 한국문화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화장실~아니야~갈래요~싫어!”이 정도의 말을 구사할 수 있다. (2학기가 된 지금 한국어는 조금 더 늘었다.) 둘은 많이 다르지만 형이 오면 똑같은 어린 동생이 된다.


3월 초에는 교직생활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라 어리둥절했다.


‘얘들이 왜 이러지...’


1,2학년 담임교사들이 어르고 달래고 혼을 내봐도 아이들의 행동은 개선되지 않았다.

나는 우리 반 모범생 알리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알리, 형이 알리를 아주 좋아하나 봐.”


“네, 형이 집에서도 저 엄청 잘 챙겨주고 착해요.”


“그렇구나.. 그런데 알리, 형이 교실에서는 왜 그러는 걸까? 아민이 형한테 그러지 말자고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네 알겠어요~ 그런데 선생님, 저희 형 집에서는 정말 착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어요. 형은 형 반 친구들 재미있게 해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래요. 웃게 해 주고 싶대요.”


..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에서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 후에도 여전히 교실문은 자꾸 벌컥벌컥 열렸다.


6월의 어느 날, 수업 도중 소방 사이렌이 울렸다. 복도를 나가 보았다. 오작동이거나 아이들 장난인 듯했고 보건 선생님의 안내 방송이 있었다.


“선생님, 아이들이 웬일일까요. 오늘 안 왔어요.”


그날 이후 이상하게도 2학년 외국인 형들의 교실 방문이 사라졌다.


상황은 이랬다. 2학년 시리아인 아바스가 수업 시간 도중 복도로 나왔다.(불러도 뛰어서 도망가니 방법이 없다.) 장난으로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화장실에 온 친구들에게 소화기를 뿌려 장난을 치다가 일이 벌어졌다. 가루를 맞은 친구가 눈이 계속 따갑고 아파 병원에 가게 되었던 것이다.

아바스의 아버지는 소식을 듣고 학교를 찾아오셨고 교장, 교감, 교무 선생님,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었다. 집에 돌아간 아바스의 아버지는 엄청나게 아바스를 나무란 모양이었다. 시리아인들은 자녀를 아주 엄격하게 훈육한다는 것을 알기에 선생님들도 많이 걱정을 했다.


그다음 날부터 아바스는 급격히 조용하고 조심스러워졌다. 아바스 동생 후세인은


“선생님, 아빠 아바스 때렸어. 형 울었어. 아파.”


라고 말하며 울적한 표정으로 자기 자리에 앉았다. 후세인도 덩달아 수업 시간에 자리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바스는 그 사건 이후부터 학교에 나오는 것을 거부하며 결석하는 날이 많아졌다. 상담센터와 연계하여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알리와 후세인의 2학년 형 아민과 아바스는 2학기 들어 요즘 부쩍 의젓해졌다.


“선생님, 저 동생이랑 이야기해도 될까요?”


아민과 아바스가 하는 말이다. 이렇게 정중할 수가.


여전히 교실을 찾아와 동생을 찾는 아이들.


그래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이들이다.

이전 11화용기있는 도전, 그 자체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