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많은 교실에 고민 많은 교사
“0월 0일 알림장
깎은 연필 3자루, 지우개
...”
1학기 알림장은 아주 간단했다. 부모님께서 아이들의 학교 생활 태도를 확인하실 수 있도록 아이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며 (교실 규칙, 발표, 급식소 태도) O △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2학기 때부터 알림장 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느 정도 한글교육이 끝난 상태라 글쓰기 연습을 한다는 취지도 있다. 한글이 어려운 외국인 친구들 몇몇을 제외하곤 알림장을 깨끗한 글자체로 적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적는다고 해 봐야 위와 같이 1,2번까지의 내용이 다지만 8살 아이들은 위 두 가지를 쓰는 데에도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1학년 1학기 첫날, 나는 학습준비물 관련 안내장을 학부모님들께 배부했다. 학교에 학년별 학습준비물 예산이 책정되어 있으나 공책, 연필 등과 같은 학용품들은 예외품목이며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부모님 중에는 한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기에 안내장을 만들 때도 각 학용품의 사진까지 첨부하는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렇게 자세한 안내가 나가도 학습준비물을 제대로 챙겨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다수 생겨났다. 그런 아이들은 교실에 구비된 물품들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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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지우개 없어요.”
수업 시간, 고쳐 써야 할 것이 있는 유하가 대뜸 손을 들더니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여기저기서 자기 지우개를 빌려주겠다고 난리다.
“내가 빌려 줄게.”
“내 거 빌려 줄 거야.”
1학년 아이들은 고학년 아이들과는 달리 친구가 챙겨 오지 않은 물건을 서로 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다. 이때 자기가 먼저 빌려주고 싶어서 수업 시간 자리를 이탈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한 순간에 교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1학기 초 이런 경험치가 쌓이니 나는 우리 반에 또 하나의 규칙이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
그 규칙은 ‘가까이 있는 사람이 물건 빌려주기’이다.
다만 코로나 상황에 물건을 빌려주고 빌려 쓴다는 건 코로나 방역수칙에 맞지 않다. 그렇기에 수칙 준수를 위해서라도 서로의 물건을 만지고 빌려 쓰는 행동은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알림장에 늘 위와 같이 필수 학용품을 적어 준다. 코로나로 인해 누군가에게 베풀고자 하는 아이들의 선한 마음이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좀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뿐인가.
학교에 오면 짝지도 없다. 최대한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도 않아야 한다. 친구와의 접촉도 금지다. 책상마다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어 활동에도 제약이 많다.
1학년 아이들은 학교와 교실 안에서 제약 사항이 늘어났다.
교사는 늘어난 제약 사항만큼 활동 많은 아이들을 꾸짖거나 금지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외국인이 많은 우리 학교 특성상 외국인 관련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시기는 더욱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마음은 통제하기 어렵다.
등교를 하면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하고 싶다.
거리두기 말고 친구 손을 잡고 화장실을 가고 싶다.
예쁜 것이 있으면 친구를 보여주고 싶다.
친구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빌려주고 싶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안고도 싶다.
왁자지껄 소란도 피워가며 게임 활동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이 어려운 8살 아이들은 늘 행동부터 앞서다 한소리를 듣고 만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들 앞에서 교사인 나는 늘 고민한다.
코로나로 더 많아진 교실 규칙들과 1학년 아이들의 특성 사이
안전과 진정한 배움, 품성 함양을 위한 교육 활동 사이의 충돌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