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거짓말을 잘 한대요

어른의 편견이 아이의 마음에 일으키는 파장

by 손길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괜한 걱정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가지게 된 편견 때문이다.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에게는 문제 있는 엄마가 있다.’. 나에게 이 문장을 뒤집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말이 진리가 되어 버릴 것 같은 경험치가 쌓이면서 한편으론 ‘나는? 우리 아이들은?’하고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다.

1학년 1학기 3월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1명 아니면 2명의 자녀들이 부모의 돌봄을 온몸으로 누리다가 초등학교라는 곳에 입학한다. 1학년 담임 교사는 아이들의 기초생활적응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붙는다. 어떤 학군이든 1학년 3월 한달간 교실은 난장판을 방불케 한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20명 가량 아이들의 예상 밖의 질문이나 요구에 정신이 쏙 나간다.



“선생님, 우유 못 열어요. 따 주세요.”

“선생님, 옷에 그려진 사람 누구에요?”

“이거 어떻게 접어요?”

“00이가 풀 없대요.”

“어딘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칠해요?”

“어떻게 잘라요?”

“접는거 모르겠어요.”

“번호 몇 번이에요?”



3월, 교실 수업 시간에 착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중 한국인 상민이가 우즈베키스탄인 알리에게 연필을 빌려준 일이 있었다. 알리는 우리반 모범생으로 외국인이지만 한국어 실력도 뛰어난 아이인 반면 상민이는 교실에서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거나 친구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를테면 문제행동)을 많이 보였다. 상민이는 3월부터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부모님과 대면 상담도 이루어진 상태였다. 알리와 상민이는 티격태격했지만 1학년 아이들이 그렇듯 금방 다시 사이가 좋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상민이가 알리에게 빌려 줬던 연필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상민이는 알리에게 빌려 줬는데 돌려 받지 못했다고 했고 알리는 빌린 걸 돌려줬다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다투다 둘은 금방 다시 장난도 치며 놀았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선생님, 엄마아빠가 그러는데요~외국인들은 거짓말을 잘 하고 남의 물건을 잘 훔친대요.”


다음 날, 상민이가 나를 보고 제일 먼저 한 말이다. 보통 1학년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와서 교사와 인사를 하며 어제, 오늘 특별히 생각나는 일들을 교사에게 쉽게 말한다. 아마 상민이는 어제 부모님께 들었던 말 중에 위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등교해서 나를 보는 순간 그 말이 떠올랐고 떠오른 것을 그대로 말했을 것이다. 나는 상민이의 말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특히나 이 지역 거주자라면 본교가 외국인이 많은 학교라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상민이를 이 학교에 6년 동안 보낼 거면서 부모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은 분명 상민이 마음 속에 오랫 동안 남을 것이기에 교사로서의 내 마음도 씁쓸해졌다.

상민이 부모님께서는 외국에서 몇 년 간 이민을 가셨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상민이 교육 문제로 한국에 들어와서 귀촌을 하셨는데 늦게 교육기관에 보내어 공동체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동양인이 외국에서 겪게 되는 차별을 알게 모르게 받으셔서일까. 아니면 기본적인 마인드의 문제일까.

상민이가 ‘엄마아빠가 그러는데요.’라는 말을 붙여 조심스러웠지만 이 부분은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반드시 알려줘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상민아, 외국인은 거짓말을 잘 하고 남의 물건을 잘 훔친다는 걸 편견이라고 해.”


상민이가 물었다.


“편견이 뭔데요?”


“편견은 이런 사람은 다~ 이럴 거라고 생각하는게 편견이야. 외국인은 다 거짓말을 잘 하고 남의 물건을 잘 훔칠까? 그렇지 않아. 그런 걸 편견이라고 해.”


상민이는 나의 말을 듣고 이해했는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 학교 6학년 시리아인 함자는 자전거를 훔쳤다고 경찰에 신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실제 함자는 아버지께서 고물상을 운영하시기에 버려진 자전거를 고물상에 있던 재료로 리폼한 것 뿐이었다.

여러 사연들로 부모를 따라 한국에 정착한 외국 아이들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한국인이지만 그 가정의 사정도 제각각이다. 아이들이 편견 없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기 위해선 그 아이들의 보호자이자 울타리인 어른들부터 바른 시선을 가지려 애써야 하지 않을까. 내 말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에겐 문제있는 부모가 있다.’는 편견을 가진 나 또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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